음악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
음악으로 덕업일치를 이루다
  • 임민영 수습기자
  • 승인 2022.06.07
  • 호수 1550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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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음악평론가


K-POP 전문 평론가이자 BTS 전문가로 알려진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본교 문화인류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스무살 무렵부터 음악 평론을 시작한 그는 기성 음악 평론에서 벗어나 학문과 문화를 아우르며 음악을 풀어내고 있다. 음악엔 장르가 없다는 믿음으로, 또 K-POP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매일 평론에 나서는 그를 만나봤다.

음악과 함께한 어린 시절
그는 부모님은 물론 대가족의 영향을 받으며 음악적 취향을 확립해 나갔다. 그는 “아버지는 컨트리를, 삼촌은 헤비메탈을 들었던 게 기억난다”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들리던 집안 환경 덕분에 편견 없이 모든 음악을 좋아할 수 있었다”고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김 평론가는 학창 시절 음악을 포함한 모든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친구들과 △스포츠 △영화 △음악을 즐기는 ‘MMS클럽(Music Movie Sports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음악을 물어보자 망설임 없이 팝 음악을 언급했다. 그는 팝스타 △마이클 잭슨 △비틀즈 △프린스를 보고 충격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예술 그 자체를 보여준 마이클 잭슨, 노래에 가치와 의미를 담은 비틀즈, 음악적 천재성을 지닌 프린스. 이 세 가수는 정말 선풍적이었어요. 특히 평화와 반전의 메세지를 전달하거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노래가 많았죠. 이런 음악적 경험이 어른이 돼서도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길러준 것 같아요.” 그렇게 장르와 국적을 초월한 음악을 들으며 그는 열린 시각으로 자신만의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 

K-POP에 다다르기까지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평론가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큰 유행을 일으켰던 PC통신에 음악 비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PC통신에서 ‘tojazzy’라는 필명으로 활동했어요. 평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분석하고 생각을 덧붙인 비평이 큰 인기를 끌었죠. 그렇게 인기를 얻게 되자 한 번은 잡지사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어요. 이후 잡지에 꾸준히 이름을 비추니 음악 비평계에서도 입지가 넓어졌죠. 이를 계기로 ‘한국 100대 명반’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기도 했어요. 최연소였죠.”

그의 인생이 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기대를 따라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경영학 공부는 그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경영학이 맞지 않자 부전공으로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그것마저도 원하는 공부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졸업할 때가 되자 방황이 더 심해졌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서점에서 ERICA캠퍼스 문화인류학과에 몸 담고 있는 이희수 교수의 책을 읽게 되고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에 원서를 내게 된다.  “순식간이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었어요”라며 그는 과거를 회상했다.

결국 우리 학교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한 김 평론가는 바라던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류학 공부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당시 지도 교수셨던 정병호 교수님 밑에서 수학하며 문화인류학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공부가 아님을 깨달았어요. 여전히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죠. 그때 교수님께서 제게 미국에 가면 음악인류학이란 전공이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그건 바로 제가 찾고 있던 학문이었죠.”

음악인류학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원래 민족인류학이라 불린 음악인류학은 한 민족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정체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설명했다. 그렇게 미국 워싱턴대의 대학원에서 그는 음악사나 화성학과 같은 음악의 기초적인 지식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정작 유학을 가보니 제가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요. 한국에서 공부한 이력은 음악인류학을 연구하기에 소용이 없었어요. 그렇게 음대에 가서 학부생들과 함께 음악 공부를 시작했죠.”

지난 2012년 유학 당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자, 그는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써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이를 계기로 그는 음악인류학자에서 대중음악 음악평론가로 거듭나게 된다. “K-POP을 연구하다 보니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가 너무 특별해 보였어요. 그들이 주고 받는 응원과 지지를 보며 연구를 계속하게 됐어요. K-POP 전문가가 되다 보니 자연스레 다시 평론에 나서게 됐죠.” 

그는 “어릴 적 내 음악평론은 곡에 대한 단순 감상에 지나지 않았다”며,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게 되면서 곡의 총체적인 의미와 가사에 드러나는 아티스트 고유의 정체성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곡뿐만 아니라 곡을 둘러싼 아티스트의 배경과 팬으로 시야가 확장된 것이다. “음악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엔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나 노래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음악인류학을 배우면서 이런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 BTS의 뛰어난 차트 성적에 대해 뉴스에서 분석하는 김영대 평론가의 모습이다.


음악 비평, 글자 그 이상의 가치를 갖기까지
좋은 음악 평론에 대해 그는 “글로 된 평론을 읽었을 때 그 음악이 들려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음악평론가는 직업 특성상 공인된 자격이 부여된 직업이 아니에요. 그만큼 단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음악평론가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 동문을 보며 그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음악 평론을 이어가면서 특별히 하고 싶은 활동이 있는지 묻자, 그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K-POP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소개해주는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음악 경험을 계속해서 더 많은 대중과 나누고 싶다는 김 평론가. 그의 바람대로 그의 음악 평론이 많은 대중들과 앞으로도 조우하길 기대한다.
 

▲ 어릴 적부터 음악을 사랑한 김 평론가는 현재도 음악을 즐기며 살고 있다. 삶에 있어서 음악은 매우 중요하며 언제나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그는 자신에 대해 ‘여전히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제공: 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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