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인생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장산곶매] 인생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 임윤지 편집국장
  • 승인 2022.05.23
  • 호수 154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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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편집국장>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다. 내용 자체에 대한 기억이 인상깊어서라기보단 장면 하나에 스쳐가는 대사 한 줄,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아서 다시 보게 되는 영화. 그중에서도 특히 필자는 영화 속 음악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필자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 역시 바로 그런 영화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두 사람이 만나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같이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겉보기엔 뻔한 멜로 이야기라서 전개가 색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장면 하나하나마다 등장하는 음악이 모두 다 좋았고, 노래를 들으면 그 영화의 장면, 장소 그리고 계절이 바로 떠오른다. 특히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하는 꽉 막힌 도로에서의 첫 노래는 영화 전체를 보여준다. 꽉 막힌 도로 위, 차에서 하나 둘 내리며 화음을 얹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고전 뮤지컬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악으로 뮤지컬 영화의 효과가 톡톡하게 드러난다. 

얼마 전 영화 속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우연히 ‘Audition’이라는 트랙이 재생됐다. 당시 영화 장면을 거슬러 떠올려보면, 여주인공 미아는 파리 센 강에 맨발로 뛰어든 본인 이모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녀가 그 이후 한 달 동안 감기로 고생했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뛰어내릴 것을 노래했다. 그렇게 시작된 노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차원으로까지 승화됐다. 바보 같고 미친 것 같아 보여도, 때로는 그런 무모함이 세상을 다채롭게 만들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미아는 덧붙였다. 

그 누구도 꿈이 무엇인지 쉽게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담담하게 제시된 관점에 따르면 ‘꿈’이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할 만한, 미쳤나 싶을 정도로 무모하고 바보같이 좇은 강렬한 간절함’일 것이다.

또,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다보니 기억에 남는 대사들도 있다. “언덕을 넘어 높은 곳으로 향하는 나. 빛나는 불빛을 따라가고 낙담하더라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 아침은 다시 올 테고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영화 「라라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곡 ‘Another Day of Sun’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 대사를 듣고 우리 인생에도 배경음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힘든 순간에 힘이 되는 노랫말과 함께 활기를 돋우는 경쾌한 멜로디의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힘들었던 기억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바로 우리이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나타내는 각자만의 주제곡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각자 인생의 배경 음악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휴대폰 속 우리가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야말로 우리 감정의 대변인이리라.

이렇게 음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은 이처럼 미묘한 힘이 있다. 유연하지만 강인한 음표와 쉼표의 조화. 음악이 간직하는 기억과 시간이 있고, 시간이 불러오는 음악이 존재한다. 

음악은 일상의 대화만으로 전하기 힘든 감정들, 받기 힘든 느낌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그려낼 수 있다.  이 모호한 영향력 덕분에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음악은 늘 재생돼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순간에는 어떤 음악이 흘러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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