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러분의 ‘멋진 실수’를 응원합니다
[칼럼] 여러분의 ‘멋진 실수’를 응원합니다
  • 한세현 SBS 보도본부 정치부 기자
  • 승인 2022.05.23
  • 호수 154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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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현<SBS 보도본부 정치부> 기자

저는 13년 차 방송기자입니다. 지금은 2년째 정치부에서 국회를 출입하며, 정당과 선거 관련 현안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수의사이기도 합니다. 더 정확히는 병의 이치를 따져보는 ‘병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기초의학자이기도 합니다. 최근 수년간 SCI급 학술지 십여 편에 이름을 올렸으니, 병리학 연구자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분야를 취재하는 전문기자는 아닙니다. 여느 기자들처럼 사회부와 경제부, 탐사보도부, 편집부 등을 거쳤습니다. 언론사 역시 특별채용이 아닌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습니다. 지인들 표현처럼 ‘효율성 0점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황당한 건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에서 지난해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으로 2번째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과와 문과 분야에서 모두 박사학위를 받은 거죠. 언론사 입사 직전까진 군에서 장교(수의관, 대위)로 복무했으니, “정상은 아니다”라는 지인들 말 역시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20대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그것은 난센스
이처럼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또 여러 분야에서 공부하며 참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앞서 수의과대학 겸임교수로 근무하면서는 여러분과 같은 20대 학생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시간을 거치며 저는 실수 그리고 실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어쩌면 당장 제가 늘 실수하고 실패를 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실수와 실패를 사랑하자”입니다. 20대라는 어린 나이에, 언제까진 이걸 하고 또 언제까진 저걸 하고… 저의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난센스인 것 같습니다. 아니, 난센스입니다.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또 급격하게 변합니다. 그런데 미래학자도 버거운 일을 20대의 경험과 안목으로 예측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난센스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제가 20대 초·중반일 때, 저는 제가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자 그것도 방송기자가 될는지, 또 장교로 군 복무하고, 기초의학을 전공할지는 더더욱 몰랐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변수는 무한하며 나의 경험과 지식은 짧고 미천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우리가 알던 지식은 순식간에 과거의 유산이 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봇물처럼 쏟아집니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또 모르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빠르고 신속하게 무엇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만큼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멋진 실수, 실패를 사랑하자
그래서 대신, 실수, 실패를 많이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실수, 실패 말고 ‘멋진 실수’ 그리고 ‘멋진 실패’를 많이 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도전하고 실수·실패하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식 더 나아가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그 실수와 실패가 여러분의 귀한 자산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산이 쌓이는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 두려움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멋진 실패와 실수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멋진 실패와 실수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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