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칼럼]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유성식<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 승인 2022.05.09
  • 호수 1548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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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식 <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5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은 어서 찬란한 봄을 만끽하라고 재촉합니다. 숨 막혔던 코로나 터널을 막 빠져나온 터라 발걸음은 더 급해집니다. 그런데 글의 제목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입니다. 웬 썰렁한 이야기냐고 할 만합니다. 하지만 한양대 청춘들과 늘 나누고 싶었던 생각이기에 꿋꿋이 풀어보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의 교수의 책 이름입니다. 책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발전은 없단 것입니다.

여러분은 일과에서 오롯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아주 짧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란 항변이 적지 않을 듯한데 그건 아마도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일 겁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엔 눈과 뇌가 외부와 접속됩니다. 혼자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고 머리가 뜨거워지는 지적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걸 제외하면 얼마가 남나요? 진짜 초라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관계 과잉을 강제하는 것들 때문에 시간 빼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개인의 발전은 많은 경우 혼자 있을 때 일어납니다. 같은 강의를 듣고 학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혼자 견뎌야 하는 공부 시간 대처법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낯설거나 두려워 괜히 딴 짓을 하는 사람은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지요. 대학에 들어와 진지하게 마주 선 ‘나는 누구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은 반복되는 수다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멍을 때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때 뇌가 비로소 나의 내면으로 파고든다고 합니다. 성찰과 창의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운동과 독서는 더 좋다고 말하면 ‘꼰대’가 될까요?

고독을 체득한다는 건 매우 고통스럽지만,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아실 겁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명하지요. 무얼 하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톱이 될 수 있단 건데, 여러분이 하루 2시간씩 혼자 있으면 약 13년 6개월 후인 30대 중후반이면 고독의 달인이 돼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고독에 수반된 자기 발전의 성취는 엄청날 것이고요. 바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1만 시간 후에도 여러분은 여전히 청춘이니 따질 것도 없습니다. 고독은 자발적 외로움입니다. 용감하게 고독을 선택하는 찬란한 5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은 강원도 원주시 자택에서 혼자 살며 말년을 보냈는데 당시의 절대 고독을 담은 자작시가 기념관에 걸려 있습니다. 대문호의 창작 에너지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배(流配)>
내 조상은 역신(逆臣)이던가 / 끝이 없는 유배 / 새끼 낳은 고양이 밥 챙겨 주고 / 손 씻고 문 열고 정적(靜寂)의 덩어리 속으로 파닥이는 나비같이 들어간다 / 동산에서 나비 잡는 /꿈을 꾸었던가 / 꽃술에서 꿀을 빠는 나비를 보았던가 / 황사(黃砂) 속에 맴돌고 헤집고 / 이 자리 나는 책상 하나 안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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