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무비, 일상을 빠르게 표현하다
숏무비, 일상을 빠르게 표현하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05.09
  • 호수 154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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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 「스낵타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 ‘당근마켓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 채널 「스낵타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 ‘당근마켓 시리즈’의 한 장면이다.

“아이폰 5만 원에 올리셨죠?” “네” “4만 원에 안 될까요?” “6만 원에 안 될까요?” 조회 수 약 2백20만 회를 기록한 이 영상은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채널 「스낵타운」의 한 영상에 나오는 대화다. 길이가 30초 남짓인 이 영상에선 두 인물이 유치한 주제를 놓고 진지하게 말다툼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최근 이처럼 사소하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은 마주했을 법한 일들을 소재로 한 이른바 숏무비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숏무비
숏무비란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의 서사 구조를 담은 콘텐츠를 말한다. 이는 특히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 △「너덜트」 △「숏박스」 △「스낵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 ‘녹스 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너덜트」, 「숏박스」의 구독자 수가 최대 10배가량 증가해 1백만 명을 넘었다. 이시온<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통번역학과 20> 씨는 “짧은 길이에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며 숏무비에 푹 빠진 이유를 전했다.
 

▲ 채널 「스낵타운」 출연진들이 사무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 채널 「스낵타운」 출연진들이 사무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숏무비, 편하고 간결한 공감                     
숏무비가 이토록 주목받게 된 이유는 일상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했단 점에 있다. 장민지<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선 시청자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좋은데, 일상적인 소재는 이를 나타내기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고승윤<마카오프렌즈> 감독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마치 자기 이야기인 것 같은 몰입감을 형성해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라며 “최근 숏무비 콘텐츠는 이런 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숏무비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여러 숏무비 채널들은 중고 거래, 장기 연애 등 일상에서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각 상황을 매우 생생하게 담아내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숏무비만의 연출 기법 역시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사람들은 이전에 유행했던 깜짝 카메라 등 과장된 연출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숏무비는 상황을 사실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이라 분석했다. 

제작자들의 놀이터가 되다
숏무비는 제작자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영상의 길이만큼 제작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재촬영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스낵타운」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이재율 씨는 “출연자를 포함한 제작진이 많지 않아 영상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찍을 수 있어 촬영에 편하게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 등과 달리 아이디어를 결재받을 필요가 없어 자유도가 높은 편”이라 덧붙였다.

또한 숏무비 소재는 어디서든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창작자 개인의 경험이나 회의 중 벌어진 잡담, 영상에 달린 댓글 등 일상의 모든 곳에서 소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낵타운」 개그맨 강현석 씨는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소재가 될 수 있다”며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서도 소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고갈될 일은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숏무비, 엇나가지 않게끔
전문가들은 숏무비 콘텐츠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영상이 자칫 자극적인 소재로 나아가지 않게끔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상 길이가 짧은 숏무비 특성상 단시간에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자칫 자극적인 썸네일 혹은 소재를 다룰 우려가 있단 것이다. 김 평론가는 “자극적인 소재의 숏무비는 짧은 호흡의 영상 구성으로 해당 소재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해 편견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제작자들이 숏무비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콘텐츠 제작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숏무비는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조회 수를 얻기 위한 욕심으로 자극적인 소재가 남발되지 않도록 숏무비 제작에 유의해 앞으로도 편안한 즐거움을 제공하길 바란다.


도움: 이예빈 수습기자 ybli0220@hanyang.ac.kr
고승윤<마카오프렌즈> 감독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장민지<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사진 출처: 유튜브 채널 「스낵타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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