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위·하이퀴어 N번째 인준 부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성소위·하이퀴어 N번째 인준 부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5.02
  • 호수 1547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서울캠퍼스 한양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와 ERICA캠퍼스 HYQUEER(이하 하이퀴어)의 인준이 부결됐다. 이들이 학교의 정식 단체로 승인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소위는 지난 2020년부터 이번 학기를 포함해 총 다섯 차례 인준이 부결됐다. 하이퀴어는 지난해부터 준동아리 인준을 총 세 차례 시도해왔으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동아리로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성소위, 전학대회서 ‘위원’ 인준부터 부결
지난달 8일에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성소위는 서울캠의 중앙특별위원회(이하 중특위) 중 유일하게 위원 인준이 부결됐다. 중특위 위원 인준 과정에서 성소위는 ‘위원회는 실질적으로 학내 성소수자 인권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며 인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성소위는 전학대회 최소 가결 기준인 대의원 2/3의 찬성표를 충족하지 못해 끝내 인준이 부결됐다. 성소위는 이를 변경된 인준 기준이 이번 부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수를 인준 정족수로 정했던 지난 전학대회와 달리, 이번 전학대회에선 학생대표가 투표하지 않고 회의에 참여만 해도 정족수로 인정해 인준에 필요한 찬성표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성소위의 요구로 재심의가 진행됐으나, 끝내 기각됐다. 이후 전학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성소위는 사업 계획을 얘기할 기회도 얻지 못했고, 예산 심의에서도 제외됐다. 


하이퀴어, 준동아리 등록 ‘유일’ 불허
한편, 지난 3월 ERICA캠 전체동아리집행부회의(이하 전동회)에선 하이퀴어를 포함한 다섯 개의 동아리가 중앙동아리 이전 단계인 준동아리의 신규 등록을 신청했다. 하이퀴어 회장 A씨는 “우리 동아리는 성소수자 인권 연대 모임으로서 활동 중”이라며 “성소수자 가시화를 통해 혐오없는 학생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준동아리 등록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이퀴어는 동아리연합회로부터 준동아리 후보 등록을 허가받았으나, 실질적으로 준동아리 인준을 결정하는 전동회에선 기존 중앙동아리 회장단 과반 이상의 반대표를 얻어 인준이 부결됐다. 준동아리 신규 등록을 신청한 동아리 중 유일한 부결이었다.

일각에선 인준 부결의 이유로 하이퀴어가 ‘동아리’의 취지완 맞지 않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대개 학내 동아리는 가입 조건을 두지 않고 있지만, 현재 하이퀴어는 비성소수자의 가입을 받지 않고 있어 공식 동아리로 등록되긴 어렵단 것이다. 전동회에 참여했던 중앙동아리 회장 B씨는 “하이퀴어의 활동은 비성소수자 학우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일부 학우들만 참여할 수 있단 점에서 학내 동아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이퀴어는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말한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동아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미뤄봤을 때, 비성소수자의 가입이 염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A씨는 “비성소수자인 학생이 가입한다면 기존 회원들이 아웃팅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 인준이 부결된 성소위의 자치공간이다.
                                                 ▲ 인준이 부결된 성소위의 자치공간이다.

 

학내 인권 단체는 이미 충분하다?
성소위와 하이퀴어의 인준 부결엔 ‘학내에 인권 관련 단체는 충분하다’는 점이 하나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양캠엔 학생 인권 증진을 위한 단체가 많단 것이다. B씨는 “성소수자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는 이미 학내 인권 단체에서 기획된 사업과 유사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위와 하이퀴어는 ‘성소수자’만을 위한 인권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씨는 “학내 인권 단체가 다루는 인권 의제의 폭이 넓어 성소수자가 겪는 문제를 깊이 다루기엔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한 성소위는 인권센터의 협력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 입장이다. 동성 간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할 경우, 인권센터가 해당 문제만을 전담할 수 없기 때문에 성소위가 공식적인 대응을 돕고 있단 것이다. 성소위 위원장 C씨는 “실제로 성소위를 운영하는 동안 동성 간 성폭력 사건에 대해 도움을 요청한 학우가 있었으며, 그들은 ‘성소위 덕에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문제인 차별과 혐오
한편, 쟁점을 넘어 성소위와 하이퀴어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도 인준 부결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선 성소수자와 관한 문제는 대부분 조롱이 담긴 댓글로 도배되기 일쑤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여론으로 인해 전학대회 및 전동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B씨는 “성소수자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동아리가 인준됐을 때 가지고 올 파장이나 논란이 클 것”이라며 “이에 대부분의 동아리 간부가 쉽게 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성소위와 하이퀴어, 그리고 학내 사회
이처럼 성소위와 하이퀴어를 둘러싼 여러 쟁점과 문제가 첨예하지만, 학내 성소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캠 인권센터 김진이<학생처 인권센터> 교수는 “최근 많은 대학에선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이 당선하기도 했다”며 “현재 대학 사회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심각성을 깨닫고 함께 연대하는 추세지만, 우리 학교에선 인준이 부결돼 안타까운 마음”이라 전했다. 

또한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혐오로 자신의 정체성을 감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학내에 성소수자 단체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단 견해도 있다. ERICA캠 인권센터 부센터장 김영희<학생처 인권센터> 교수는 “성소수자 학생은 고립과 더불어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어, 서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성소수자 학생 단체의 인준은 다양성을 수용하는 관용의 문화가 정착되기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더불어 학내 성소수자 단체는 존립 당위성에 대해 꾸준히 알리겠단 입장이다. C씨는 “성소위의 인준 부결이 단순히 반대를 표명한 학생대표들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소위에 대한 질의는 ‘호모포비아’가 아닌, 학생자치기구로서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배제가 없는 평등한 학교를 위해서, 이 단체들의 존립에 대해 보다 활발하고 열린 논의를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도움: 박선윤 수습기자 bsy5684@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