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너의 인생에도 빅이닝이 찾아오기를
[장산곶매] 너의 인생에도 빅이닝이 찾아오기를
  • 임윤지 편집국장
  • 승인 2022.04.11
  • 호수 154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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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편집국장>

매년 봄바람이 불 때면 어김없이 프로야구가 개막을 한다. 사람들은 야구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거나 인생의 축소판으로 비유를 많이 한다. 그만큼 막판까지 변수도 많고 예상치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오는 스포츠라서 그런 듯하다. 

필자도 야구 경기 보러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대학에 와서도 시험기간에 잠실 경기장으로 달려간 건 물론, 매일 잠들기 전 주요경기 장면을 챙겨보곤 한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냐 지느냐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지우지 될 정도이다.

몇 년 전, ‘나는 왜 야구를 좋아하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고민의 결과-다소 진부한 말일 수 있지만-야구는 인생을 닮았다는 데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우리 인생살이와 닮지 않은 것이 있을까만, 야구와 인생의 닮은꼴을 찾아보면 참으로 많다. 

특히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경기 초반에 상대팀에 경기 흐름을 넘겨줬지만 중반에 따라잡아 후반에 결국에는 역전을 해낸 경기가 많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 경기였던 한일전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때 우리나라는 일본에 2대0으로 지고 있었지만 부단히 2점을 쫓아갔고, 결국 약속의 8회를 ‘빅이닝’으로 만들어 4점을 뽑아내 일본을 이겼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에서도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빅이닝이란 한 이닝에서 3점 이상을 얻어 경기의 흐름을 바꿔 낸 이닝을 뜻한다. 필자가 빅이닝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본인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버티고 버티다가 기회를 잡아 한 이닝만에 경기 흐름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러한 빅이닝이 존재하기에 끝날 때까지 야구 경기 결과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야구와 인생은 닮은 것 같다.

매 경기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돼 누군가는 야구가 지루한 스포츠라 말하기도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다 보면 그 안은 수없이 많은 선택과 승부처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외야 담장 앞에서 높이 점프해 잡히는 타구와 담장을 살짝 넘어가 홈런이 된 타구만 해도 너무나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 수많은 승부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 작은 차이가 경기 결과를 바꾼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작은 인생이 녹아들어 있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도 결국 한 끗 차이로, 야구나 삶이나 한 순간에서 끝나지 않고 늘 진행형이다. 

요즘 들어 친구들을 만나면 고시나 취업을 비롯해 각종 진로 준비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축돼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졸업을 앞둔 시점, 끝이 없어 보이는 길 위에서 수많은 좌절과 의문으로 둘러싸여 힘들어하는 걸 보면 필자 역시 같은 또래로서 덩달아 씁쓸하고 외로워진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홈런을 치지는 못해도 안타를 치면서, 안타를 못 치면 희생번트나 희생플라이를 하면서 한 점 한 점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빅이닝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소소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메이저리그 전설의 포수, 요기 베라가 9회말 2아웃 모두가 게임을 포기했을 때 던진 유명한 말이다. 뛰고 넘어지고 달리고 점수 하나를 내기 위한 순간의 과정들. 당신들도 그 열정을 인생에 대입해 희망을 갖고 삶을 살아가기를. 우승을 위해 간절히 노력하는 선수들처럼 당신도 비록 넘어질지라도 또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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