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서 물고기로 산다는 건
이 지구에서 물고기로 산다는 건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2.04.11
  • 호수 154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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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식탁의 여러 반찬 속 자리 잡은 물고기 한 마리. 매일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곤 하는 이 물고기는 사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물고기를 위협하는 어업용 쓰레기
한반도 바다 속 물고기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플라스틱이 해양 쓰레기의 83%를 차지했으며, 여기엔 어업을 통해 배출되는 폐어구인 그물과 밧줄이 포함돼 있다.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발견된 해안 쓰레기 1위 역시 어업용 밧줄이 차지했다.

한 해 동안 연안과 근해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어구는 약 4만 톤, 수거되지 않은 채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는 무려 3만 톤에 이른다. 이는 해양생물의 몸을 결박해 상처를 내고 수질을 오염시켜 질병에 걸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환경을 파괴한다. 최근 발표된 해수부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위해성 연구’에 따르면, 전국 12개 해안의 어류 6종에서 개체당 최대 4.3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거북 폐사체 83%에선 한 개체에서 최대 229개의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장수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는 “최근엔 아주 어린 기각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어미 몸속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모유를 통해 새끼에게 전달된단 사실이 확인됐다”며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양포유류의 체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월, 시셰퍼드 코리아의 다이버들이 동해안 삼척 덕산항 부근에서 폐어구를 수거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시셰퍼드 코리아의 다이버들이 동해안 삼척 덕산항 부근에서 폐어구를 수거하는 모습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에 갇혀 의미 없는 죽임을 당하는 물고기들
폐어구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물고기들은 혼획과 남획의 문제에 처한다. 혼획은 잡으려고 의도하지 않은 해양생물이 그물에 함께 걸려온 경우를 말한다. 혼획은 어류와 갑각류, 해양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전 세계 연간 혼획으로 죽는 대형 해양생물 중 바다거북 25만 마리, 작은 고래·돌고래와 바닷새는 각 30만 마리에 달하며, 상어의 경우 무려 1억 마리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혼획은 종종 발생하는 문제다. 장 대표는 “인간이 소비하고자 하는 어종과 해양포유류가 먹이로 삼는 어종이 동일할 경우, 어업이 이뤄지는 지역에 해양포유류가 접근해 혼획률이 높아지기도 한다”며 “결국 인간 입장에서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죽음이 늘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문제는 의도적 혼획의 경우다. 우리나라는 해수부의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라 고래를 의도적으로 포획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밍크고래처럼 보호종이 아닌데 혼획돼 죽은 개체를 발견할 경우, 이를 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 장 대표는 “밍크고래의 경우 위판가가 높아 ‘바다의 로또’라 불리며 수천만 원에 팔린다”며 “이는 밍크고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닌 △긴수염고래 △범고래 △상괭이 △큰돌고래 등 모든 고래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 설명했다.

바다란 공간에서 감시와 규제를 받지 않고 계속해서 자행되는 남획도 혼획 못지않게 큰 문제다. 남획은 어업에서 어획 강도가 수산자원의 번식량보다 더 많은 양을 잡으면 어획량 역시 감소하는 것처럼 자원이 감소할 정도로 마구 잡는 것을 말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어획량 중 34%가 남획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가 실제로 소비하는 수산물의 양보다 더 많은 해양생물이 잡히고 있단 뜻이다. 김솔<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이는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어업의 방식이 해당 지역의 해양생물을 싹 쓸어버리는 트롤 어업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과도한 양식으로 병들어가는 물고기들
지속 가능한 생산을 가능케 한단 것을 이유로 시행되는 양식은 물고기를 병들게 한다. 전 세계 해산물의 50%는 양식으로부터 얻어진다. 이는 식량 확보의 측면에서 좋은 방식 같지만, 결국엔 바닷물을 물고기 배설물로 오염시키고, 기생충을 자라게 만드는 최악의 환경을 형성한다. 정홍석<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양식장이란 밀집된 공간에 많은 개체들이 있고, 많은 에너지량이 투입되다보니 오염물질 역시 한 공간에 밀집될 수밖에 없다”며 오염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말했다. 

양식으로 얻어지는 물고기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연어의 경우 자연산 연어는 아스타잔틴과 칸타크산틴으로 인해 속살이 붉은빛을 띠지만, 양식산 연어는 하얀색에 가깝다. 이에 양식업자들은 석유에서 추출한 발색제인 합성 아스타잔틴을 사료에 섞어 자연산과 유사한 색을 띠도록 하고 있다. 양식산 연어는 색소와 기생충 덩어리에 불과한 셈이다.
 

▲양식연어 착색 단계별 비교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양식연어 착색 단계별 비교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양식장의 물고기는 사육되고 도살당하는 이 과정에서 생명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어류가 고통과 통증을 감지한단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도 양식 어류에 대해 △기절 △도살 △살처분 △운송 등에 대한 복지 기준을 만들어 권고하고 있다. 이형주<동물복지연구소어웨어> 대표는 “동물 복지와 고통 측면에서 양식의 밀식사육, 적절한 도살 방법의 부재로 도살 없이 공기 중에 방치돼 죽는 질식사, 운송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동물복지에 직접적인 훼손”이라 말했다. 또한 고통과 통증뿐 아니라 인지능력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리뷰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양식 어류가 대부분 생리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 비좁은 곳에서 공격성이 높은 상태로 거칠게 다뤄지고, 극단적인 고통을 겪으며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양식장의 복지 상태에 대해 밝혔다.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식은 지속 가능한 생산방식이 아니다. 예컨대, 양식장의 광어를 한 마리 기르기 위해선 야생 바다에서 살아가는 치어 혹은 잡어의 120마리가량이 사료로 소비된다. 정 연구원은 “부수 어획으로 잡힌 어린 어류들은 보통 양식장에 팔려 생사료로 사용된다”며 “작은 어류들을 큰 어류가 먹고, 그것을 사람이 먹는 이 먹이사슬의 관계는 훨씬 낭비적이며 에너지를 손실시킨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이 있지만, 말뿐…
이를 막기 위해 해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위기 완화를 위한 해양 보호가 중요한 아젠다로 언급된 데 이어, 지난 2월 발표된 IPCC 워킹그룹 II 6차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바다의 30~50%를 보호해야 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과연 의미가 있을진 미지수다. 지난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10% 이상의 해상 보호지역 지정 목표를 명시했지만, 이는 지금껏 충족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열렸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4차 협약에서도 참여국들은 결국 글로벌 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마쳤다. 이에 대해 최선형<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공해 및 심해저 해양유전자원을 둘러싼 선진공업국과 개도국 간 갈등과 현재 수용 중인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공해로 확대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 등 몇 가지 첨예한 쟁점들에 관해 참여국들이 입장차를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이유로 해양을 보호하자는 국제사회의 합의는 이견 조율에 실패한 채, 적극적인 이행보단 논의에 그치는 모습이다.

4월 20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를 위한단 허울뿐인 회의를 하는 시간에도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물고기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함께 지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식탁 위에 놓인 이 한 마리의 물고기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었을 끔찍함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


도움: 김솔<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형주<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
장수진<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
정홍석<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최선형<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사진 제공: 시셰퍼드 코리아
윤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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