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술이 주는 번영과 도태
[칼럼] 기술이 주는 번영과 도태
  • 전혜미<일반대학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동문
  • 승인 2022.04.11
  • 호수 154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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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미 <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동문

쉬는 날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우리 가족은 한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프로그램 MC들이 보조교사를 부르자 로봇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등장한 서빙 로봇은 지정된 위치까지 나와서 게스트를 안내했다. 단순 노동만을 대체했던 기계가 어느새 우리 옆에 한 발짝 다가와 있었다. 로봇, 즉 진화된 기술은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기술의 진보가 가속도를 타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보칼립스 시대를 가져오게 될지 기대와 두려움이 동반된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인간이 수행해 오던 다양한 일들이 대체될 것이라고 많은 기업들이 분석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술 중 하나인 시리(Siri) 때문에 상담사 및 비서 직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 드론이 본격 상용화되면 농업기술과 항공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장비 엔지니어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들이 나왔다. 특정 데이터나 프로세스에 맞춰져 있는 기술의 발달은 향후 인간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파고들어 우리의 영역을 차치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이 대체한 인력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종업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는 종업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종업원보다 키오스크를 먼저 찾게 되고 그런 행동이 익숙해졌다. 

식당에 들어선 필자도 평소와 같이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로 향했다. 그런데 필자 앞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가 키오스크를 보며 안절부절 하고 계셨다. 주문은 기계를 통해 하라는 종업원의 외침에 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필자의 도움으로 주문을 완료했지만 할아버지가 과연 복잡한 주문 방법을 이해하셨을까? 그 기계는 우리 삶에 정착했지만 어르신들은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말로 하는 주문보다 처리가 빠른 기계는 누군가에게 편리하고 어쩌면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는 유용한 기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숙제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기술이라도 이해하고 배워야하는 시간은 반드시 존재한다. 기술에 긍정적인 사람들은 쉽게 습득할 수 있다고 해도 어르신들, 또는 준비 없이 기술을 마주한 사람들 입장에서 그 기술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빈 깡통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분명 기술은 지구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해왔다. 또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며 보다 많은 자유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뒤떨어지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 기술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영역에서는 양극화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온전한 기술의 시대가 정착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통제를 배제한 기계화는 위험과 불안함을 내포한다. 최신 기술을 무조건적으로 열광하기 전에 ‘번영과 도태’ 두 가지를 함께 지닌 시대의 산물인 기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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