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내가 종이 신문을 구독해 읽는 이유
[장산곶매] 내가 종이 신문을 구독해 읽는 이유
  • 임윤지 편집국장
  • 승인 2022.03.21
  • 호수 154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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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편집국장>

살면서 신문을 꾸준하게 구독해 본 적이 없었다. 필자에게 신문이란, 하루이틀 지나면 폐지가 되고 마는, 요즘에 비해 느린 전통 매체 정도였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언제 어디서든 생생하고 빠르게 볼 수 있는 기사를 두고 종이 신문을 구독할 이유가 있을까. 책은 종이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도 기사는 종이로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인터넷 기사도 열심히 보던 편은 아니었다. 그저 요즘 이슈나 가십거리 같은 걸 실시간으로 훑고 넘기는 정도였으며, 깊이 있는 내용은 찾아 읽지도 않았다. 복잡한 세상 속 내 일상을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내 할 일에만 집중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딱 남들만큼만 알려고 했다.

그러던 필자가 종이 신문의 가치를 몸소 깨달은 건 얼마 전이었다. 학보사에 들어와 기자 활동을 하면서 관심가는 대로 사무실에 도착하는 신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기성언론 신문들을 구독해 매일 아침마다 집에 도착하는 신문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종이도 너무 크고 인터넷 기사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미 속보를 통해 접했던 얘기를 하루이틀 지나 다시 보게 되니 신문은 역시 느리다며 실망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신문을 읽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점점 변화가 일어나는 걸 체감했다. 신문을 구독해 매일 2시간 남짓 꼼꼼하게 읽어가다 보니 스스로 얼마나 인터넷 신문 기사조차도 얄팍하게 읽고 말았던 건지 알게 됐다. 그마저도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문장들로 가득해 정작 알맹이 없는 기사들만 많이 골라 읽었다.

그런 반면 종이 신문은 매일 아침마다 삼십 면 남짓한 지면에 오늘 하루치의 세상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보기 싫은 기사도, 관심 가지 않는 기사라도 신문의 첫째 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훑어보다 보면 무엇이 오늘의 가장 주된 이슈인지 알게 된다. 이 상황에서 신문은 가장 중요한 사회의 맥락과 흐름을 중요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뉴스에 실릴 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무엇이든 이슈라면 이슈이고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그러나 신문에서는 기자 본인들만의 관점을 갖고 우리에게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편집국장으로 일을 해보니 더욱 느꼈다. 같은 사안을 보고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문체와 단어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들은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시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 만에 만들어진 것들은 짧게 소비되고 사라진다. 가십거리처럼 소비되는 얕고 짧은 기사도 허다한 현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종이 책을 여전히 찬양하는 것처럼, 종이 신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감정들이 분명 있다. 그 점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에 종이 신문이 폐간되지 않고 여전히 굳건한 것이리라. 

필자는 종이 신문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폭을 넓혔고, 글을 읽는 능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일관된 어조로 일정한 간격과 호흡으로 꾸준히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종이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며 매일매일 한 편의 세상을 읽어내고자 한다. 사회의 목소리를 글로 풀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만큼, 앞으로도 신문의 도움을 받으며 차츰 더 성장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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