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 12개 학과 학생회 징계 처분, 논란의 중앙감사 결과
ERICA캠 12개 학과 학생회 징계 처분, 논란의 중앙감사 결과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3.21
  • 호수 1544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말 ERICA캠퍼스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가 보고한 지난해 2학기 중앙감사 결과에 따르면, 12개의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가 학생회비 부정 사용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생 사회에서 학생회비의 관리 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감위는 학생회비가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매 학기마다 중앙감사를 시행한다. 중앙감사 대상은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단과대 감사기구가 없는 단과대 소속 학과 등이다. ERICA캠은 공학대에만 자체 감사기구가 있기에, 공학대 소속을 제외한 모든 학과가 중앙감사의 대상이 된다.

이번 중앙감사 결과, 지난해 1학기 중앙감사 결과와 비교해 징계를 받은 학생회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이 세칙을 위반한 횟수도 잦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중앙감사엔 9개의 학생회가 경고 1회 혹은 주의 1회 징계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중감위는 △소융대 △약대 △문화콘텐츠학과 △인공지능학과 △한국어문학과는 주의 1회, △디자인대 △소프트웨어학부 △영상디자인학과는 경고 1회, ICT융합학부는 경고 1회와 주의 1회를 징계했다. 이어 △무용예술학과 △실용음악학과 △중국학과는 2회에 달하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번 중앙감사에서 경고 2회를 받은 △무용예술학과 △실용음악학과 △중국학과는 중감위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감사에 제출한 자료가 미흡해 ‘예산 회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2학기 중감위 운영위원장이었던 박근영<국문대 중국학과 18> 씨는 “감사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시 학생회비를 사적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단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이 와중에 세칙 위반 빈도수도 높아 예산을 회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감사 세칙 제 6장 33조 2항에 의거해 해당 학과 학생회가 회수 당한 예산은 상위 단위인 단과대에서 관리하게 되며 일정 기간 이후 돌려주게 된다. 그동안 징계 받은 학과에선 학생회비를 사용하지 못한다. 전대 학생회의 징계로 후대 학생회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한편 소프트웨어학부 학생회의 경우 예산 회수와 같은 처분을 받진 않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많은 학생의 질타를 받았다. 해당 학생회는 ‘2021 소프트웨어학부 알고리즘 경진대회’ 운영 과정에서 학생회 부원이었던 운영위원에게 ‘사비로 지출한 서버비 2만 원가량을 포함한 운영지원비 및 공로 장학 명목’으로 20만 원을 지급했다. 당시 학생회는 경진 대회 진행에 쓰인 비용을 교내 협업 단체에 약속대로 지원 받으려 했으나, 이를 거부당하자 학생회비로 행사를 주관했단 입장이다.
 
이에 중감위는 해당 학생회가 임의로 공로 장학을 만들어 학생회비를 통해 인건비를 제공한 것을 두고 ‘알맞지 않은 예산 집행일뿐더러, 운영위원을 할 시 이 같은 인건비가 지급된단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아 공정한 기회 제공을 박탈했다’고 판단해 각각 주의 1회 처분, 도합 경고 1회 처분을 내렸다.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몇몇 학생들도 ‘대부분의 학생회가 결재 실수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은 반면, 해당 학생회는 횡령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지적했다. 이에 지난 학기 학생회장은 개강 직후 ‘운영위원이 제작했던 서버를 추후 진행될 행사에서도 사용할 것이기에 그 공로로 인건비를 지급하게 됐다’고 해명하며, 학부 내 모든 학생에게 사과했다.
 
중감위는 이런 중앙감사의 결과를 두고, 감사 세칙이 변경되면서 검증의 문턱이 높아진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중감위는 이번 중앙감사를 진행하기 전 중앙감사 대상 확대 및 세칙 용어 부분 수정 등을 추진한 바 있다. 게다가 중감위 구성원은 매 학기 바뀌는데, 이번 중앙감사를 담당한 운영위원들이 보다 세세히 감사에 임했기 때문에 이전 학기보다 징계 받은 학생회가 많단 것이 중감위의 설명이다. 박 씨는 “중감위에선 결산안 명세를 확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첨부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중앙감사에서 적발되는 학생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학생 개인에게 돌아가는 징계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최대 징계가 학생회비 예산 회수일뿐더러, 학생회비를 부정 사용했다고 해서 학생 개인이 지는 책임은 없단 것이다. 학생 A씨는 “학생회의 비리 근절을 위해선 학생회 단체에 대한 지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누군가 확실히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이 같은 악순환이 멈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 학과를 이끌어가는 학생회는 중감위 결과를 받아들이고, 학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힘쓰겠단 입장이다. 이번 학기 소프트웨어학부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는 최수연<소융대 소프트웨어학부 21> 씨는 “매달 예산 및 결산안을 SNS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문의가 있을 경우에도 문제 해결 과정과 답변 또한 학생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학생회비는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 등에만 사용돼야 한다. 코로나19 등의 사유로 학생회비 납부율이 줄어드는 만큼, 학생회는 학생회비에 있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학생회는 투명한 운영에 힘써 신뢰를 형성하길 바란다.


도움: 김나희 수습기자 nahee57355@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