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전투표 논란 자초한 선관위, 사활 걸어 분골쇄신해야
[사설]사전투표 논란 자초한 선관위, 사활 걸어 분골쇄신해야
  • 한대신문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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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투표 시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향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치러지는 선거라곤 믿기 힘든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직접·비밀선거 원칙이 위반됐다”며 항의했다. 헌법 제67조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투표 당일 일부 지역의 유권자는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을 수 없었고, 넣었더라도 기표용지는 밀봉된 투표함이 아닌 속이 비치는 곳에 담겨 옮겨졌다. 심지어는 특정 후보에게 기표된 용지가 배부되기도 했다. 기본 중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선관위의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투표장에선 참관인이 감염 우려를 이유로 감독을 거부하거나 심지어는 감독관이 부재하기도 했다. 대리 투표는 물론 투표용지 분실과 같은 위법 행위가 드러났어도 관리·감독이 엉망이었으니 선관위로선 유구무언일 것이다. 미처 투표를 마치지 못한 비확진자와 투표를 하러 온 확진자의 동선이 겹쳐 혼선을 빚는 등 방역 수칙 위반은 물론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 책임 역시 있다.

이 모든 논란이 단 하루 만에 발생했다. 당최 민주주의 국가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상황이 이러니 유권자들의 항의가 거세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선관위 사무총장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난동’으로 규정했다. 일말의 고려 없이 서슴지 않고 이런 발언을 뱉는 걸 보고 있노라면 ‘오만방자’하단 말이 절로 나온다. 사실상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선관위는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대책은 미리 마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나돌지 않도록 했어야만 했다. 이미 국회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나 돌아온 답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그 예측은 적중했다”는 말뿐이었다. ‘선거 불복’과 같은 여론이 들끓는 상황을 빼고 보더라도 기고만장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그간 어떤 준비를 했던 것인지 되묻고 싶다. 더군다나 논란이 불거질 당시 선관위원장은 주말이란 이유로 출근조차 하지 않았으니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부른다. 이 축제가 완성되기 위해선 투표라는 필수 불가결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붙는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국민들에게 ‘공정’을 화두로 내걸면서 “아름다운 선거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관위원장의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투표는 마무리됐지만 쇄신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 번의 선거를 치르기 위해 몇 달간 준비하는 선관위에게 이번 사태는 치명적인 오점이다. 이번 사전투표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면밀히 분석하고 책임자는 엄중히 문책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엔 이와 같은 논란이 재점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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