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의 인쇄 산업은 인쇄 문화가 될 수 없을까
[칼럼] 지금의 인쇄 산업은 인쇄 문화가 될 수 없을까
  • 박혁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22.03.14
  • 호수 154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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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산업은 인쇄술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큰 성장을 거둬왔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인쇄 산업은 보통의 일반적인 개별 산업과 달리 한 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체적인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15세기 중엽 독일에서 구텐베르크가 납 활자를 사용하는 활판 인쇄술을 발명해 서구에도 금속 활판 인쇄의 시대가 전개된다. 이렇게 역사의 한 획을 긋기 시작한 활판술은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으로 흘러가면서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 가속화하는 주요 매개체가 된다.  이에 따라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산업 혁명 등의 새로운 문화 대란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인쇄 산업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4세대인 디지털인쇄 시대를 넘어 5세대인 인쇄전자 분야로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인쇄문화의 종주국이라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세계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뛰어난 인쇄물인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 등으로 대표되는 오래된 인쇄문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신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인쇄연대가 751년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갈 정도이다. 

이는 우리의 인쇄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 주조 방법이 같단 연구 결과가 존재한단 사실로부터 우리나라의 인쇄문화가 지닌 드높은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주조 기술과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술과의 관련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기도 하다. 이처럼 서구의 인쇄문화는 동양에서 더 나아가 한류에서 유입된 것이란 주장이 나올 정도이니, 최초의 한류는 인쇄문화란 말이 어울릴 것이다. 

이처럼 찬란한 인쇄문화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인쇄 산업은 △서적 △신문 △잡지 등의 단순 출판물을 제작하는 사양 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인쇄 산업의 무궁무진한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가 가진 인쇄문화의 가치가 우리의 고유한 문화 중 한 부분으로써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쇄문화의 특색 살려야!”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복고풍이 새롭게 유행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자리 잡기 시작한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가 올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물간 음악 장르라고 인식되던 트로트의 화려한 부활과 수십 년 전 발라드 노래들이 차트를 역주행하는 현상, 필름 카메라와 LP판의 재등장 등 다양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새롭게 문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뉴트로 현상을 우리나라의 전통산업이자 문화인 인쇄 산업에 이식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을지로 인쇄골목은 뉴트로 유행과 함께 △만선호프 △커피한약방-혜민당 △호텔수선화 등 독특한 감성을 가진 가게들이 새롭게 들어서며 을지로 거리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하지만 정작 인쇄골목의 인쇄 산업은 골목길의 단순한 인테리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최근의 뉴트로 문화는 옛것의 답습에 그치지 않는 것이고 오래된 것을 계속 혁신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문화 현상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인쇄 산업의 특색과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더해 찬란한 인쇄문화유산을 이어가는 것이 인쇄 산업으로서가 아닌 인쇄 문화로 이어가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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