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 아트테크
미술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 아트테크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2.03.02
  • 호수 154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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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 A씨는 미술 작품에 흥미가 생겼다. 틈만 나면 앱을 켜 미술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구매하기도 한다. A씨는 “그림 감상도 좋지만 작품값이 올랐을 때 되팔면 꽤 쏠쏠하다”고 전했다. 최근 이처럼 미술품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른바 ‘아트테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트테크?
아트테크란 미술을 뜻하는 영단어 아트(Art)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미술품 투자로 이익을 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적은 근래 들어서다. 실제로 미술품 경매 업체 K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을 낙찰받은 고객 중 MZ세대의 비율은 5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서진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은 “국내 문화산업의 성장과 최근 젊은 층 사이의 투자 열기가 맞물리면서 아트테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청년층 사이에서 예술품은 이제 하나의 투자재가 된 것이다.

예술품, 안전한 투자 상품이 되다
아트테크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예술품이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예술성이란 추상적 가치를 주요소로 지니고 있어 부동산, 주식 등에 비해 사회·경제적 상황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훼손되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작품의 예술성이 하락할 일이 드물다. 오히려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였던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라는 작품은 2017년 약 1천 2백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작품 가치가 약 6천 배 상승한 것이다. 서 소장은 “다른 재화와 달리 미술품의 가치인 예술성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희소성이 더해져 가치가 높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아트테크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선 사전에 해당 작품의 여러 정보를 꼼꼼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미술품 경매를 하루 앞두고 사람들이 그림을 꼼꼼히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미술품 경매를 하루 앞두고 사람들이 그림을 꼼꼼히 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아트테크 성행의 일등공신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는 미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 아트테크 성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엔 미술품의 정보를 얻기 어려워 많은 대중이 미술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경매품의 정보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양헌 미술 평론가는 “과거엔 갤러리나 경매업체들이 공개하지 않았던 미술품 정보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미술 시장이 보다 대중화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 속 공동구매 서비스 역시 미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선 주로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판매한다. 이는 천 원, 만 원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해 젊은 층도 미술 시장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서 소장은 “공유 경제가 익숙한 요즘 젊은 층에겐 이런 공동 구매 서비스가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라 덧붙였다.

아트테크, 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미술품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미술 대중화가 다가오면서 미술계에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참여자의 연령과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의 취향이 반영된 작품들도 주목받게 된 것이다. 중·장년층이 주 소비층인 추상화와 더불어 최근엔 만화처럼 통통 튀는 느낌의 작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평론가는 “과거엔 한 작품에서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추상적인 느낌의 작품이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엔 이미지와 풍경 등이 확실하게 표현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익숙한 젊은 층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느낌의 화풍을 가진 작가인 △김선우 △문형태 △우국원 등의 작품은 지난해 8월 열린 경매에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10배 높은 가격에 낙찰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이에 그동안 조명받지 못하던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 평론가는“전문가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던 과거와 달리 본인의 취향과 투자 전략에 의해 신진 작가를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최근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재연 작가는 “확실히 근래 들어 급격히 작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앞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 활성화는 물론이고 미술시장 전반에 걸쳐 작품의 다양화를 가져올 것”이라 전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작품이다.


아트테크, 더 오래 더 많이
미술계 내부에선 아트테크 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선 미술품 가격 책정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에도 미술품 투자가 유행했었지만 주먹구구식 가격 책정으로 대중들이 미술계에 신뢰를 잃고 떠난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단 것이다. 이 평론가는 “미술 선진국에선 작품에 쓰인 재료, 기법 등에 따른 가격 책정 가이드라인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해당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가이드라인이 생긴다면 보다 양질의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말했다.

아트테크는 대중들의 미술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미술계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려가 되고 있는 가격 책정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앞으로도 지금의 열풍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트테크가 한철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국내 미술계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해보자.



도움 : 서진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
유재연 작가
이양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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