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자의 안전은 왜 폐기물처럼 짓밟히는가
[사설] 노동자의 안전은 왜 폐기물처럼 짓밟히는가
  • 한대신문
  • 승인 2022.01.03
  • 호수 154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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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음식물 폐기물 업체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 3m 높이에 달하는 음식물쓰레기 저장소에 빠져 발버둥 칠 때 꺼내줄 생명 밧줄 하나 없어 그대로 질식사했다. 그리고 더한 비극은 추락한 동료를 구하고자 뛰어든 노동자 B씨 또한 유독가스에 질식돼 중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지난 4년간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서 발생한 연평균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올해는 47.3% 증가한 28명이 사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27일 최근 급증한 사망사고로 인해 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사망사고 위험경보를 발령했다. 

위와 같은 산재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에서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는 상황별 안전수칙이 명시돼 있으며, 모든 폐기물 처리 업체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해당 수칙 제42조 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선 작업발판, 추락 방호망을 설치해야 한다. 만약 폐기물 처리 업체가 이를 지켰다면, 위와 같은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규정한 주요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해당 업체 내 안전 의식이 미흡한 수준이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형사법상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그 대상을 지정하는 기준이 모호해 처벌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고를 기점으로 약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원론적인 대안만 내놓으며 미진한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령한 사망사고 위험경보는 민간업체 측의 자율적 참여에만 위탁해 이는 폐기물 처리 업체의 관리 부실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해당 경보는 전국의 폐기물 처리 업체에 자율점검표를 배포해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규모 기업을 파악해 위험설비 관련 개선비용을 지원하겠단 내용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를 발표한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관리는 민간업체의 몫으로 분류되고 있어 사실상 효력 없는 문서상의 약속일 뿐이다. 즉, 정부가 안전사고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론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관리나 감독이 필요하다. 지난 2020년 환경부는 민간에 위탁한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을 일부 지자체로 이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여전히 쓰레기 처리 노동자들의 안전이 민간업체의 손에 달린 실상이다. 늘 가격과 효율 중심인 민간위탁 구조에 치여 일 앞에서 희생당하는 그들이 이 굴레에서 벗어날 방안으로 보긴 어렵다.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 방안을 발표했더라도, 진정으로 근로자의 직무 환경 ‘개선’ 여부에 대해선 무엇보다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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