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빛이 방안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저 물빛 그득한 염전은
칸칸마다 여백을 펼친다
오늘도 푸른 종이 위에 글씨를 갈겨쓰는 빛의 만년필,
바닷바람이 훑고 지나간 자리
쓸면 흰 글씨가 돋는다
빛이 흘려 쓴 글자들이 필기체로 적히고
타들어 가는 갈증의 필력,
힘찬 고무래질 이어질 때마다 활자들이 수북이 쌓인다
염도 높은 문장들이 염전에 늘어서 있다
온종일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내며
고단한 하루를 기록한 자들만 해독할 수 있는 문장이다
저 빛의 만년필이 적어 내린 짜디짠 글씨들,
소리 내어 곱씹을 때면 혀끝에 짠맛이 느껴진다
눈물과 땀이 뒤섞인 고달픈 경필이다
한낮의 햇빛이 빈 잉크병처럼 동나고
고무래질 닿을 때마다 적힌 글씨들은 지워지지 않는다
낡은 소금 창고 안에는
빛으로 적힌 경전들이 가득하다
다시 백지를 펼치는 푸른 염전,
고무래를 뒤집어 놓은 만년필의 날카로운 촉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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