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심사평]
[2021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심사평]
  • 신성환<인문대 미래인문학융합전공학부> 교수
  • 승인 2021.11.29
  • 호수 1540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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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설 부문 응모작품은 총 15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언어미학적 실험이나 낯선 상상력을 추구하기보다는, 동시대 청년의 시각으로 가만히 자신과 타인 및 사회와의 관계를 사색하고 성찰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약한 사회적 지위, 무기력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저당 잡혀 시들어가는 청년 인물들의 모습이야말로 ‘청년은 없는 청년담론’이 난무하는 우리 시대의 역설을 문학적으로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삶의 동기와 보람을 부여받지 못하고 생존에 급급한 상태에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감과 자존감을 확인하려는 다양한 제스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불의의 사고나 실종, 정신 건강의 붕괴, 자학과 자해, 현실 부정과 자기 감금 등의 다소 극단적인 설정들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일종의 자기 확인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상적인 인물과 일탈적인 사건이 소설의 구성과 완성도를 충분히 확보한 조건에서 형상화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안정적인 서사 틀을 구축하고 유지하다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서사 구조가 느슨해지고 서술과 시점이 흐트러지면서 인물과 사건만 돌출된 채 마무리되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기발하고 참신한 이야기 설정이 돋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작품들을 아쉽게 수상권에서 제외하는 대신, 다음의 세 편을 추렸습니다.

대상으로 선정한 <해아다>는 독창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폭력과 학대에 노출된 여성 인물들을 통해 도저한 불행으로 가득 차 폭발 직전의 세계를 강렬한 이미지와 무드로 그려냈습니다. 가정폭력과 유기(遺棄), 낙태와 근친상간 등 매우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날것 그대로 전시하기보다는 우회적이고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세련된 서술 기법을 사용합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폭력이 결코 여성들만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저변에서 약자 모두를 향해 암묵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악을 환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수상으로 뽑은 <13월>의 경우, 유기적인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믿음과 평판의 인간 문제, 그리고 타인의 심연에 가 닿는 일의 난망함을 유려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가작인 뽑은 <거울>은 후반부에 나타난 시점 혼란이 아쉬웠지만, 신체 상실을 소재로 약자로서의 청년 세대의 우울한 존재감과 자의식을 흥미로운 판타지로 서술하여 읽는 재미를 끝까지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른 응모작들이 보여준 미덕들은 이후 진지한 숙고와 글쓰기를 통해서 빛나는 성취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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