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이 마신 커피, 그 플라스틱 컵이 향하는 곳
오늘 당신이 마신 커피, 그 플라스틱 컵이 향하는 곳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11.29
  • 호수 1540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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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에게 필수가 돼버린 아메리카노. 점심을 먹고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거의 일상이 돼버렸다. 교내 카페도 점심시간만 되면 많은 학생들로 붐빈다. 교내 여러 카페를 방문한 결과, 다수의 학생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받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거의 매일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 오전 8시경, 교내에서 쓰레기 수거 직원들이 집하장으로 쓰레기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 오전 8시경, 교내에서 쓰레기 수거 직원들이 집하장으로 쓰레기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학교의 플라스틱 처리 과정
교내 건물 곳곳에 배치된 회색 쓰레기통. 네모난 쓰레기통은 △병·캔 △일반 △종이 △플라스틱으로 구분돼있다. 플라스틱 쓰레기통에는 컵홀더와 물통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 가득이지만 그 중엔 깨끗하지 않은 플라스틱도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오전 6시경 기숙사의 한 미화원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빼낸다. 오후 1시경엔 백남학술정보관의 한 미화원이 쓰레기봉투를 꺼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각 건물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국제관 △인문관 △학군단 등 간이 집하장에 모인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청소차가 본관에서 시작해 간이 집하장들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 및 운반한다. 관재팀 소속 직원에 따르면 교내에서 배출되는 모든 쓰레기를 수거해 집하장에 모으는데 하루 평균 9번 이상, 8시간 정도 돌며 수거한다. 수거된 쓰레기는 재활용가능자원과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분류되어 각각 제3법학관, 올림픽체육관에 위치한 집하장에 모인다. 
 

▲ 오전 7시경,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수거 업체에서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집게차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 오전 7시경, 사업장생활계폐기물 수거 업체에서 2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집게차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학교 밖으로 간 플라스틱
이렇게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은 어디로 갈까. 교내 재활용가능자원 쓰레기는 재활용수거업체에서 수거해간다. 커피 컵의 경우에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될 것 같지만,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분류된다. 우리 학교와 계약을 맺은 업체 직원인 정상호<태성 영업부> 부장은 “업체로 매입된 쓰레기 중 플라스틱은 △PET △PE △PP △PS 등 종류에 따라 선별‧분류 과정을 거친 후 압축과 파쇄를 통해 재활용 가능 형태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커피 컵의 경우 컵마다 사용된 플라스틱 성분 종류가 달라 분류가 어려워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들어와도 폐기 처분된다”고 전했다.

폐기물 수거업체는 올림픽체육관 뒤편의 컨테이너에서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을 수거해 가는데, 우리 학교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양만 올해 기준 평균 2.64t에 달한다. 이는 파주의 한 폐기물종합재활용 시설로 운반된다.
 

▲ 오전 9시경. 약 2시간에 걸쳐 이동해 도착한 쓰레기 처리장에 옮겨진 우리 학교 쓰레기의 모습이다.
▲ 오전 9시경. 약 2시간에 걸쳐 이동해 도착한 쓰레기 처리장에 옮겨진 우리 학교 쓰레기의 모습이다.

수거된 폐기물은 시설 입구 바닥에 놓인 계근대를 통해 무게가 측정된다. 이렇게 이동된 쓰레기는 시설 내부 집하장에 모이고, 연료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의 경우 따로 분류돼 폐기 처분된다. 음식물이 섞인 플라스틱은 공정에 앞서 보관되는 동안 메탄가스를 발생 시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철<번영환경개발> 부사장은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는 반드시 세척해 분리 배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일일이 음식물이 섞인 쓰레기를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이 낮은 연료를 만들게 되거나 소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폐기물은 일정 시간 보관돼 있다가 파쇄기에 들어간다.
▲ 폐기물은 일정 시간 보관돼 있다가 파쇄기에 들어간다.
▲ 파쇄-선별-분쇄를 마친 쓰레기들의 모습이다.
▲ 파쇄-선별-분쇄를 마친 쓰레기들의 모습이다.

전체 쓰레기는 1차 파쇄 단계를 거친다. 100mm에서 150mm 크기로 파쇄된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태워져 선별되고, 다시 분쇄 과정을 통해 80mm 이하 크기로 잘게 쪼개진다. 이렇게 나온 쓰레기는 그 자체를 재료로 삼아 시멘트나 제지 공장에 들어가는 고형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이면
실제 플라스틱은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분류되더라도 일부만 재활용된다. 또, 연료로 재탄생해도 결국엔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과정에서 소각 처분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재활용 선별업체로 넘어간 위와 같은 플라스틱을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한다. 환경부의 ‘생활쓰레기 연도별 선별 수량 대비 재활용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플라스틱의 선별량 대비 재활용률은 약 40%로 다른 국가들보다 높지만, 이는 실제보다 높게 측정된 결과다.

결국 재활용이 어려운 커피 컵 등의 플라스틱은 폐기 처분되거나 연료로서 또 다른 공장을 가동시키는데 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온전히 재활용되지도 못하는 플라스틱이 매년 수많은 공장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골칫덩어리가 된 이유
플라스틱이 전부 재사용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상용화돼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모두 한 성분으로 통일돼 제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생수병의 경우 뚜껑과 라벨이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제조돼 있고, 이것이 분류·배출되지 않는다면 처리장에서 자체 선별이 어려워 그대로 폐기 처분된다. 

따라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자에서부터 올바른 분리수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재활용 품목을 세분화시킨 것에 비해 재활용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김홍균<법학전문대학원 환경법전공> 교수는 “재활용이 쉽다면 모두가 실천 가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페트병 하나를 버린다고 했을 때 용기를 세척하고, 라벨을 떼고, 뚜껑을 분리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재활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커피 컵 같은 경우 아예 플라스틱 성분 구분이 불가능해 폐기 과정을 밟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폐플라스틱 자체를 줄이기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폐기물을 유발한 기업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아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두고 있다. 플라스틱에 대해 따로 법령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플라스틱 생산자도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다. 이 제도에 따르면 플라스틱 생산자는 재활용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기업에서는 재활용이 용이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제품을 제작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며 “기업들은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기 편리해 한다면 그대로 만들 것”이라 전했다.

결국엔 환경오염으로 이어져...
각종 플라스틱을 둘러싼 문제는 결국 환경오염으로 직결된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 과정 전반에 있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환경오염이란 ‘인간의 각종 활동으로 배출되는 △매연 △오수 △폐기물 등이 생활환경을 오염시켜 인간 또는 생물의 생존 및 활동에 장애를 주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조사에서 항상 3위 내에 들 정도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88kg로 세계 3위다. 게다가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까지 꾸준히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수십만 t씩 늘어 약 1천 26만 t을 기록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왜 환경오염의 주범인 걸까.

우선 플라스틱은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마모되며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이때 미세 플라스틱 입자 크기가 워낙 작아 하수 처리장의 처리 효율이 높아도 모두 걸러지진 못한다. 이 때문에 처리장에서 방류될 때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다량 유입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생활 및 환경 풍화로 인해 만들어진 미세 플라스틱은 대기 중 떠다니다가 바람 또는 비로 인해 수계로 들어간다. 홍상희<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연구원은 “해양으로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은 바닷물을 마시고 뱉으며 생활하는 해양 생물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그 영향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 소화관 등에 들어가 축적돼 있는 것이 발견된 상태”라 전했다.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도 유해한 영향을 준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노 단위로 쪼개져 체내에 유입되면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고 세포 내 활성 산소도 증가시킬 수 있다. 대학의학회에서 발간한 자료에서도 나노 플라스틱이 혈액-뇌 장벽, 폐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플라스틱 자체도 문제지만 생산 및 폐기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또한 심각하다. 그린피스 관계자에 따르면 플라스틱 1t을 생산하는데 5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생애주기에서 계속해서 탄소를 발생시킨다. 플라스틱 추출·정제 과정에서만 국내 58개 석탄발전소 배출량의 70%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분해‧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심각하다. 플라스틱 사용이 곧 기후 위기를 앞당기는 셈이다.

플라스틱 문제, 이대로 괜찮을까
플라스틱은 생산과 재활용, 미세 플라스틱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과정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가 생산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기보단 재활용 정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들은 더 생산하고 소비자는 더 소비하게 되는 문제점을 꼬집는다. 하지만 앞선 통계자료와 같이 실제 재활용률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생산하더라도 재활용이 용이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단일 플라스틱의 경우엔 재활용하기 좋지만 여러 성분이 혼합되거나 화학 첨가제가 들어갈 경우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라벨 등 부착된 재료가 제품과 같은 플라스틱이 아닐 경우에도 재활용이 어렵다. 이에 재활용이 쉬운 형태로 제품을 제작해야하며 이를 독려할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친환경 기업 문화가 확대돼야 한다. 이미 미국의 일부 기업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배제하거나 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자재를 줄이는 등의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생산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음식물과 섞어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이미 다량 배출되었고, 앞으로도 배출될 미세 플라스틱 또한 각별히 관리돼야 한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처럼 미세 플라스틱 또한 특별법을 마련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기 및 해양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플라스틱, 멈춤이 필요할 때
바야흐로 플라스틱 시대.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재료였던 코끼리 상아가 무분별한 밀렵으로 인해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대체할 재료로서 발명됐다. 여러 과정을 거쳐 지난 1930년대 이후 석유 화학자들이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여러 합성 플라스틱을 만들었고, 1950년대 들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이 폭발적으로 사용되면서 산업 발전에 톡톡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을 편하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커피 한 잔을 둘러싼 플라스틱 문제,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움: 김홍균<법학전문대학원 환경법전공> 교수
그린피스
신용철<번영환경개발> 부사장
정상호<태성 영업부> 부장
홍상희<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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