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불이 꺼지지 않는 학생회관 4층에서
[취재일기] 불이 꺼지지 않는 학생회관 4층에서
  • 임윤지 부편집국장
  • 승인 2021.11.22
  • 호수 153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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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부편집국장>

매번 기사만 쓰다가 기사가 아닌 글을 쓰자니 기분이 오묘하다. 한대신문에 들어온 지 어느덧 세 번째 학기. 지난해 2학기 초 수습기자 신분으로 기자들과 수줍게 인사를 나누던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밤새느라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까지 맡은 글에 최선을 다하던 선배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기자가 되어야지’ 다짐했다.

부푼 마음을 갖고 시작한 두 번째 학기. 당차게 대학보도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시작했지만 늘 벽에 부딪혔다. 방학 내내 기사 아이템을 찾고 기획안을 작성해 회의에 참여해도 기획안이 날아가는 건 일상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인터뷰이를 만나 취재할 때도 ‘제대로 알고 질문하는 거냐’며 혼나기 일쑤였다. 마음고생을 할 때마다 ‘그러게 법조인이 되고 싶다면서 왜 신문사에 들어갔냐’, ‘바쁜데 공부나 하지’ 등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이 쏟아지곤 했다. 개인적으로 학업과 대학원 준비까지 병행하느라 제대로 마음 놓고 쉰 기억이 아득할 정도니, 이런 말들에 동요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이 악물고 그 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주목한 불편함에 독자들이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좋겠단 사명감 하나 때문이었다.

고단한 정기자 생활을 거쳐 이번 학기부터 감사하게도 대학보도부 부장과 부편집국장 직을 겸하게 됐다. 신문사 내에서 나의 역할이 커졌다는 책임감과 두 역할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내가 한층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됨과 동시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했다. 인터뷰가 생각대로 안 풀릴 때마다 느끼는 초조함, 마감일까지 취재하고 분량을 채워가야 한다는 압박감, 기사를 기사답게 쓰도록 기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매일 매 순간 예민해져 있다. 때로는 상대가 기분 나빠 할 걸 알면서도 날카롭게 말하고 지적해야 하는 순간도 많다. 나로 인해 속상할 법도 한데 웃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기자들에게 표현하진 못해도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신문사 활동은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정말 바쁘게 돌아간다. 글을 쓰는 건 늘 어렵고, 다른 사람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고 수정을 요구하는 작업도 여전히 까다롭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신문사에 들어온 걸 후회하느냐 물으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한대신문에 들어왔으리라. 이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보낸 지난날이 나의 대학 생활, 20대, 나아가 먼 훗날에 돌이켜 봤을 때도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닐 것이라 장담한다. 

자정을 훌쩍 넘은 새벽 고요한 시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기자들은 잠을 쪼개 글 하나를 두고 서로 토의하며 계속 고치고 있다. 글에 대한 애정과 교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픈 사명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있기에 한대신문은 작지만 크고 강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의 노고에 크나큰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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