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 보다 나은 공존을 위해선
학내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 보다 나은 공존을 위해선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1.11.22
  • 호수 153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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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캠퍼스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선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이 발생했다. 이는 길고양이의 먹이 그릇에 벌레가 꼬인 사진이 게시물로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몇몇 학생들은 학내에 길고양이가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입장 차로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 때문에 공존에 대한 논쟁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길고양이가 발정기에 접어들면서 울음소리에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학생 A씨는 “3일간 새벽마다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중순, ERICA캠퍼스에선 길고양이가 학내에 주차된 승용차를 긁고 지나갔다며 한 학생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길고양이 개체 수는 서울시에서 집계된 것만 약 10만 마리 이상,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내쫓을 수는 없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어 이들을 학대하거나 죽이기 위해 고의로 쥐약 등을 살포하면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길고양이를 무작정 없애기보단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먹이는 적정량만 주고 남겨진 먹이와 배설물은 깨끗이 치워야 한다고 말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먹는 양은 대략 종이컵 한 컵 분량으로 70g이면 충분하다. 남겨진 먹이는 해충이나 비둘기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이에 최윤정<성동구청 지역경제과 반려동물정책팀> 주무관은 “고양이에 먹이를 주거나 거처를 마련할 땐 반드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장기적으론 길고양이를 중성화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중성화된 고양이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번식을 위한 싸움도 벌이지 않는다. 물론 중성화 수술 대신 포획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다른 구역에 있던 새로운 길고양이를 불러들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기존에 있던 길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먹이를 찾아 나선 새로운 길고양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결국 길고양이의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또한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관계자 B씨 역시 “길고양이로부터 사람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중성화가 최선의 방안”이라며 “현재 서울시에선 각 자치구청에서 전문기관과 계약을 체결해 중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시에선 지난 2013년에 25만 마리였던 길고양이 개체 수가 2019년 중성화 수술로 11만 6천만 마리로 감소했다. 

서울캠의 경우 성동구청에 신고해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의뢰할 수 있으며, 이미 몇 차례 학내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바 있다. 이에 최 주무관은 “모든 고양이를 포획하긴 어려운 면이 있어 여전히 울음소리 등에 관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구청에 문의해 수술을 진행한다면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 전했다. 

ERICA캠 고양이 보호 동아리인 ‘함께하냥’ 역시 학내 길고양이들을 위해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하냥 회장 박효민<언정대 광고홍보학과 20> 씨는 “현재 학내에서 관리하는 길고양이의 80% 정도 중성화 수술을 완료했다”며 “개체 수 조절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길고양이에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던 국민대에선 고양이 보호 동아리가 주체적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과의 공존을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추어오 콘텐츠팀장 손유빈<국민대 영어영문학부 21> 씨는 “동아리 회원들만 길고양이에 사료를 줄 수 있도록 외부인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급식소를 청결하게 유지함으로써 피해를 줄이고 있다”며 “국민대에 있는 모든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완료한 상태로,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거의 없어 길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의 해결책은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최 주무관은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사람은 주변 이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존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하나의 생명체로 대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길고양이와 지역 거주민 간의 분리가 어려운 지금, 문제 상황을 최소화해나가며 공존할 수 있는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도움: 추어오 콘텐츠팀장 손유빈<국민대 영어영문학부 21> 씨
최윤정<성동구청 지역경제과 반려동물정책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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