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복지 학교에만 맡길 수 없어
학교복지 학교에만 맡길 수 없어
  • 취재부
  • 승인 2005.09.12
  • 호수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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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세대 등 생활협동조합 운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협의 운영 현황 및 목적'
학생식당 대신 민간업체인 ‘김밥천국’이 9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학생식당은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학생 복지의 중심이었다. 학교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학생 복지시설의 얼굴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학교 학생 복지 정책은 학교의 장학복지과와 총학생회의 학생복지위원회가 주관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장학복지과의 권한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장학복지과의 일방적 결정이 학생 복지로 직결되고 있다.

이번 학생식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학교의 학생 식당 운영 형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에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생협이 학생복지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한다. 때문에 학교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학생식당 폐지, 학생식당 위탁 영업체 교체등을 결정할 수 없다.

대학 생활협동조합은 1988년 서강대에서 처음 설립됐고, 이후 여러 학교에서 결성됐다. 대학 생활협동조합은 학교를 구성하는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돈을 출자하고 여기서 모인 돈으로 대학 생활에 필요한 학생식당, 매점 등을 운영한다. 생협은 대학으로부터 학내의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를 위임받아 식당 및 매점, 각종 복지시설을 직영 또는 임대·위탁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교안의 건전한 소비문화운동 및 학내 복지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한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 교직원들이 1만원의 출자금으로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13개의 식당을 비롯한 매점, 서점, 문구점 등 대학 생활에 필요한 모든 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생협의 활동으로 학생식당의 운영시간 연장, 대학발전기금 출연, 식당 신상품 개발, 식당 시설 및 환경 개선 등 학생 복지환경이 향상됐다.

연세대는 양질의 상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조합원에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5년 생협이 발족됐다. 현재 연세대 생협에선 서점, 매점 등 15개의 시설을 직접운영하고 있으며, 맛나샘을 비롯한 9개 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학생식당인 맛나샘, 고를샘, 부름샘이 위탁 운영되고 있지만, 생협의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식당 운영은 생협과 협의 하에 결정된다. 생협과의 협의 없이 가격인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조합원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후생복지회관 건립기금 적립, 총학생회 생협 장학기금 적립, 학생 비품구입 지원비(정수기 설치,사물함 설치), 교수 연구지원비, 직원 교육훈련지원비, 시설 보수비용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 생협 장학기금은 2004년 4월 까지 4억4천7십4만2천3백3십4원이 적립되어 3천7백2십 명에게 장학혜택이 돌아갔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변채성(25세, 남)씨는 “생협이 운영하는 학교식당, 매점등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며 “학생 복지를 학교가 아닌 생협에서 맡고 있어 학생식당 폐지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용인배움터)의 식당 운영은 생협이 맡고 있다. 한국외대 생협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거나 외부업체에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5개의 식당 중 2곳을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3곳의 식당은 외부 업체가 임대 운영한다. 위탁 운영되는 3곳의 식당 역시 생협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또한 생협활동을 통해 마련된 장학기금을 2학기 생협 장학생 30명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동국대의 경우 생협이 5개의 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생협 조합원의 경우 생협 카드를 발급해, 생협이 운영하는 서점, 문구점에서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적립된 마일리지의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협 활동으로 장학기금 7억, 발전기금 5억을 적립해 더 나은 학생복지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학교는 학생복지에 관한 사안은 장학복지회에서 결정한다. 장학복지회의 구성은 이사장, 부이사장, 상임이사, 이사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장학복지회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전체 이사회가 20명 내외로 구성되는데 이중 학생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2명만이 장학복지회에 참여할 뿐이다. 이는 학생들의 이사회 참여가 형식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학생식당 폐지 사태에서도 보여지듯 학내 복지 시설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의견을 반영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다른 학교의 경우 생협을 발족해, 학생 복지에 힘쓰고 있다. 학생, 교수, 교직원이 주체가 된 생협이 학생 복지를 결정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학생식당 문제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물의 빚고 있는 학생식당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를 생협으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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