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소음, 바다를 할퀴다!
날카로운 소음, 바다를 할퀴다!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11.22
  • 호수 153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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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공기나 철도, 윗집에서 나는 층간 소음 등 여러 소음공해에 시달리곤 한다. 하지만 소음공해는 인간만이 느끼는 불편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전에서 소음공해를 ‘사람과 동물이 소음으로 인해 심리적·신체적인 장애를 겪게 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인 육지를 멀리 벗어난 물속 해양생태계는 이 소음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닷속에서 해양 생물의 활동에 혼란을 주는 불쾌한 소리, 바로 ‘수중 소음’이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수중 소음의 원인엔 크게 자연적, 인위적 요인이 있고, 특히 인위적인 수중 소음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대 연구진은 ‘인류세 바다의 소리 환경’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바다는 ‘생물체가 내는 소리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인류의 선박 운항 △해안선 공사 △화석 연료 채굴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늘어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인위적인 소음으로 바다 생물이 평소 적응하고 있는 소리보다 큰 소리에 노출되면 이들에겐 도피반응이나 청각 신경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지구온난화 역시 수중 소음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극지연구소는 2017년 8월부터 1년간 북극 동시베리아 해에 수중음향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바닷속 소리를 기록한 결과 북극의 여름인 9월의 수중 소음이 연평균보다 16㏈ 높았다고 밝혔다. 물속에서 3㏈ 오를 때마다 소리의 세기가 2배로 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평균보다 40배 가까이 소음이 증가한 셈이다. 나형술<국제연구소 해양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풍랑 등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늘었고, 자원탐사나 항로 개척을 위한 인간의 활동까지 더해져 더 많은 소음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중 소음은 해양생물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생물은 물속에서 소리에 의존해 살아간다. 영화 「니모」에 나오는 물고기 흰동가리는 치어일 때 앞을 못 보는 상태로 바다를 표류하면서 소리에 의존해 산호초를 찾아 서식한다. 또 대부분의 해양 포유류 역시 소리에 매우 민감하며, 사냥을 하거나 짝짓기, 의사소통을 할 때 청력에 의존한다. 대표적으로 돌고래는 음파를 이용해 길을 찾고 다른 개체들과 소통한다. 수중 소음은 이처럼 소리의 변화에 민감한 해양생물을 서식지에서 쫓아내거나 산란을 막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인간 활동 감소로 해상 운송량이 급감하면서 수중 소음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수중 소음을 줄이려는 여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수중 소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풍력발전 시설의 추가 설치를 불허하고 공기 튜브 등 소음 저감 장치를 의무화했다. 미국에선 해양 포유류 보호법, 멸종위기종법과 환경정책법을 통해 수중 소음을 절감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사들이 수중 소음에 주목하며 선박 수중 방사 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첫걸음에 불과해 여러 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연구원은 “그동안은 사람들의 관심 부족으로 수중 소음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제 눈에 보이는 풍경뿐만 아니라, ‘소리의 풍경’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한 수중 세계에서 인간이 만든 날카로운 소리는 수중 생물에게 공해 그 자체다. 더 이상 소음으로 바다가 고통받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도움: 나형술<국제연구소 해양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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