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울어진 공론장, 이젠 바로 세워야 할 때
[사설] 기울어진 공론장, 이젠 바로 세워야 할 때
  • 한대신문
  • 승인 2021.11.08
  • 호수 1538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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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에서 성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젠더 관련 학생 자치기구가 잇달아 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8일,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을 필두로 중앙대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가 해산된 사건이 있다. 중앙대 성평위는 교내에 발생한 젠더 문제를 예방 및 해결하며 캠퍼스 내에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해나갔던 교내 유일한 젠더 관련 학생자치기구였다. 지난해 5월, 우리 학교에서도 이태원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 던 시기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성소수자위원회 (이하 성소위)가 인준받지 못했다.

젠더 관련 학생자치기구는 결코 쉽게 사라져선 안 됐다. 성평위와 성소위는 그 이름만 다를 뿐 각각 학교에서 공식 허가를 받아 성평등 활동 기구로 기능한단 점에서 본질은 같다. 이 기구들은 학내에서 발생하는 젠더갈등과 젠더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학내 성소수자가 서로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또한 별도의 기구가 마련돼 있지 않는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내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대학사회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이는 지난 시간 동안 해당 기구가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활동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해당 기구는 대학 내 존재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그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앞서 제시한 중앙대 성평위 폐지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해당 기구의 폐지를 주장하는 게시물을 기점으로 다수의 연서명을 통해 총학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폐지가 결정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학내에 성평등이란 가치가 불안정한 선상에 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이유는 성평위 폐지의 대안 기구로 제안된 ‘반성폭력위원회’와 ‘학생소수자인권위’조차 모두 부결됐단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 학교에서 성소위가 지난해 1학기에 이어 2학기 전학대회에서도 연달아 인준을 받지 못해 사실상 모든 활동이 중단된 사례 역시 이를 보여준다.

대학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젠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치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는 성소수자들을 향해 가해지는 차별적 시선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그 시선을 해체해 종국적으로 성차별 없는 평등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기구는 여전히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혐오와 편견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이들이 사회 공론장에서 입장을 자유롭게 주장하지 못 하도록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이들의 언어를 앗아가는 것이며 젠더 관련 자치기구 폐지 결정은 사회가 공식적으로 이 들의 견해를 묵살하겠단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평등을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 대상을 배제한 불평등한 담론 구조의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정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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