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어떻게든 되겠지
[아고라] 어떻게든 되겠지
  • 박지민<대학보도부>정기자
  • 승인 2021.11.08
  • 호수 153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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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대학보도부>정기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휴학을 못 하겠어” 주변 친구들은 종종 휴학한 필자에게 부러움 섞인 한탄을 하곤 했다. 그들의 말엔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단 불안함도 느껴졌다. 그때마다 필자는 “뭘 꼭 해야 해? 그냥 쉬면 안 되는 거야?”라고 반문했다.

계획 없이 휴학한 필자를 한심하게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1년의 휴학이 끝나가는 지금, 흔한 운전면허조차 따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거라곤 한대신문 기자활동과 용돈벌이로 하는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하지만 학교 수업에서 벗어나 지내는 동안 필자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냥 보내는 하루들이 쌓이고 쌓여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는 사회성을 길러줬다. 고객의 불만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무작정 굽히는 것도 아니다.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되, 아닌 것은 필자 생각을 정중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을’이 되는 것을 참지 못했던 필자에겐 큰 발전이었다. 쉽게 흥분하는 성격도 조금 나아졌다. 

한대신문 취재를 핑계 삼아 불현듯 제주 여행을 혼자 떠나봤는데, 이것도 큰 전환점이 됐다. 필자와 지금껏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이 즐거웠다. 한창 진로 때문에 고심했던 차에 의외의 재미를 느꼈다. 내년에 여유가 생긴다면 리포터 학원에 다녀볼까 한다. 

휴학을 하고 제일 크게 바뀐 건 정신 상태였다. 사실 필자의 휴학은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저지른 도피성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번아웃과 덤으로 달려오는 우울감이 문제였다. 남들이 취업을 위해 바쁘게 살 동안 이유 없이 힘들어하는 필자 스스로가 싫었고, 남들을 따라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던 압박감도 싫었다. 

하지만 잠시 학교와 떨어지니 의연해질 수 있는 법을 배웠다. 안 좋은 감정을 바로 흘려보낼 수 있는 너그러움이 생겼다.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앞서 말한 일련의 경험들도 모두 휴학하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20대는 바쁘게 산다.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치열하게 산다. 사람들은 20대를 마치 인생의 전부인 듯 보낸다. 하지만 인생은 20대가 끝이 아니며 20대만이 빛나진 않는다. 우리는 고작 100년 인생에서 1/5을 왔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혼자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을 필자는 정확히 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쯤 느꼈으리라. 하지만 뒤도 안 보고 달려가다 보면 당장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라질지언정 ‘나’ 자신은 망가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모든 걸 한 번쯤은 접고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 하는 일을 던져버리란 게 아니다. 지칠 땐 잠시 그날의 하루에 쉼표를 찍어도 괜찮단 뜻이다. 필자는 휴학으로 1일도 아니고 365일에 쉼표를 찍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오히려 그 쉼표로 필자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당신이 쉬든 놀든 그건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유경험자가 장담한다. 자, 그러니까 따라 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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