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뉴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해
[사설] 디지털 뉴딜,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 필요해
  • 한대신문
  • 승인 2021.10.11
  • 호수 1537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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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국회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디지털 뉴딜 2.0 데이터 사업’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기서 제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뉴딜 사업 중 하나인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하 데이터 댐)’ 사업의 신규 일자리 5만여 개 중 77%가 단기 고용직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터 댐 사업은 다양한 기업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가공해 댐에 물을 저장하듯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데이터 가공 업무를 얻게 된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기업의 기술 및 서비스 과정에서 참여자가 일부 업무에 대해 외주를 받는 걸 의미하며, 이는 불규칙한 부업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의 데이터 수요는 때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데이터 가공 작업이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데이터 댐 사업의 일자리 대다수가 단기 고용직이 된 건 예정된 결과였다.

결국 문제는 단기 일자리만을 만들 수밖에 없는 사업을 가지고 정부는 이를 4차 산업혁명을 이끌만한 일자리 정책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시기 추진된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도 디지털 직무에 청년을 고용하는 IT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까지 월 최대 190만 원을 지원하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는 IT 기업들이 정부 사업 참여를 위해 단순직을 만들어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채용자 절반이 SNS 관리직이었으며 정규직 연계 비율은 5%대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만 급급해 끊임없이 단순한 단기 직무만 생산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이 부수적으로 필요한 작업을 취업 준비자에게 연결해 주는 것은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취업 준비자가 원하는 일자리와 구인난을 호소하는 IT 업계에 필요한 인력의 불일치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IT 기업이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지원하고, 취업 준비자가 IT 분야의 고급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 AI 및 앱 개발 등 고도화된 디지털 업무에 대한 직무 환경이 마련될 수 있게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산업 분야 민간 업계가 교육과 직무를 연결시키게 함으로써 안정적인 취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49조 원 이상을 디지털 뉴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취업률이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자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뉴딜이 진행되는 현재에도 청년들의 구직 기간은 늘어나고 있으며 구직단념자 수는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현재진행형인 디지털 뉴딜이 과연 진정한 ‘뉴딜’인지 의문이다.

IT 분야의 전례 없는 성장 속에서 정부는 가장 중요한 일자리 정책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 때깔만 좋은 디지털 뉴딜이 아닌 진정한 일자리 효과를 낼 수 있는 뉴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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