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지구와 나의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취미
플로깅, 지구와 나의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취미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1.10.11
  • 호수 153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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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나 산책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담배꽁초 △캔 △플라스틱 컵 등 다양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란 팻말이 걸려있는 곳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 지저분한 거리를 독특한 방식으로 치우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한 손엔 종량제 봉투, 다른 손엔 집게를 들고 가볍게 달리다가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다. 이들이 하고 있는 건 바로 새로운 친환경 활동인 ‘플로깅’이다.

플로깅이란 이삭을 줍는다는 의미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가벼운 달리기 운동 ‘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됐으며 환경 정화 활동을 마치 놀이처럼 즐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엔 지난 2018년에 들어와 ‘줍깅’, ‘쓰담달리기’ 등으로도 불리고 있다.

플로깅은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네이버에서 플로깅을 검색한 횟수는 약 2만 9천회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7월보다 약 10배 증가한 수치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지자체와 기업에선 다양한 플로깅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플로깅이 대중의 관심사가 된 상황에 대해 김나나<에코살림>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 설명했다.

플로깅의 대표적인 장점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담을 도구만 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 효과도 커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이길훈<플로깅데이> 단장은 “환경 보호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플로깅은 환경 운동의 문턱을 낮춰 이를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플로깅은 조깅보다 열량 소모가 1.5배 정도 많아 체력 증진에도 좋은 운동”이라 전했다.

일상 속 환경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도 플로깅의 장점 중 하나다. 거리의 많은 쓰레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친환경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는 A씨는 “집 근처 공원을 돌 때마다 5L 종량제 봉투가 꽉 차지만 그럼에도 거리엔 담지 못한 쓰레기가 많다”며 “이를 경험하면서 ‘나부터 쓰레기를 줄여야지’란 생각이 들어 요즘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단장은 “한강에서 플로깅을 하면 하루에 평균적으로 20kg 정도의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며 “버려진 쓰레기가 강물로 흘러 들어가면 수질 오염을 유발하고 우리가 섭취하는 물과 음식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고 플로깅의 가치와 그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선 플로깅의 목적이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몇몇 사람들은 플로깅에 참여할 때 일회용 봉투와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오히려 쓰레기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며 “종량제 봉투와 집게, 면장갑 등을 이용하고 주운 쓰레기를 분리수거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참여 방법”이라 전했다. 또한, 플로깅 단체 ‘플로깅어스’ 관계자는 “간혹 일부 기업에선 플로깅 행사를 개최할 때 굿즈 판매 등 자사 홍보에만 치중해 환경 정화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며 “플로깅의 취지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그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플로깅이 본 목적을 잃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플로깅을 하며 직접 환경 정화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김나나<에코살림> 대표
이길훈<플로깅데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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