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캠 연구실 정밀 안전진단점검, 방치된 ‘독극물, 인화성 물질’ … 개선 필요해
양캠 연구실 정밀 안전진단점검, 방치된 ‘독극물, 인화성 물질’ … 개선 필요해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초 양 캠퍼스 관재팀은 우리 학교 양캠 소재 1천 298개 연구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연구실 정밀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우리 학교 연구실엔 1천 952건의 크고 작은 미비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실 내 미비점은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도 자칫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세심한 주의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학교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매년 하반기 연구실 정밀 안전진단점검(이하 안전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진단은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설치된 과학기술 분야 연구실의 안전 환경 구축을 목표로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주무 부처 관계자인 서울캠 이종원<관리처 관재팀> 과장은 “연구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증하고 있는 외부 대행 기관을 통해 매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안전진단 결과 우리 학교 양캠 연구실에선 가스안전과 기계안전 등 8개 영역에 걸쳐 약 2천 개에 달하는 미비점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우리 학교 연구실은 △1등급 566개소 △2등급 660개소 △3등급 72개소란 성적표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우리 학교 연구실 환경에 있어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1등급을 제외한 2·3등급 연구실이 732개로 전체의 56%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 연구실 10곳 중 5곳은 안전사고로부터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없다. 연구실 안전환경 등급이 4·5등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연구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연구환경안전협회 회장 강정원<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연구실의 안전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2020년 우리 학교 연구실은?
1천 899쪽 상당의 안전진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 학교 연구실에는 저위험 문제부터 연구종사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험 문제까지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먼저 양캠 대부분의 연구실에선 콘센트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콘센트 미고정사용 △콘센트 방수 조치 미흡 등이다. 이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연구실 내부에서 콘센트는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의 ‘연구실험실 안전대책’ 보고서에선 “실험실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콘센트를 통한 감전 사고와 전기화재”라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산업위생협회 역시 자체 보고서를 통해 “연구실 내 화재 발생의 상당 부분이 전기적 기기 과열로부터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ERICA캠의 한 연구실 내부에선 불꽃이 발생해 까맣게 그을린 콘센트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계속 사용할 경우 자칫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콘센트는 폐기되지 않고 안전진단 당시까지 연구실 내부에 버젓이 있었다. 이는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에 위반된다. 강 교수는 “불꽃이 발생한 콘센트를 연구실 내부에 그대로 둘 경우 큰 화재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년 전 모 대학에서 연구종사자들이 휘발성 용제를 옮겨 담는 과정에서 콘센트로부터 전기 불꽃이 발생해 대형사고로 발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연구실 내부에 인화성 물질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으로, 이는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연구실 내부에 인화성 물질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으로, 이는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연구실 내부에 방치된 사이안화나트륨의 모습으로, 맹독성을 지니고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주재료로 사용된 바 있다.
▲ 연구실 내부에 방치된 사이안화나트륨의 모습으로, 맹독성을 지니고 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주재료로 사용된 바 있다.

또한, 연구실 내부에선 무방비하게 방치된 독성 물질과 인화성 물질 등이 적발됐다. 서울캠의 한 연구실에선 물 혹은 수증기에 닿을 경우 강한 독성을 띠는 물질인 사이안화나트륨이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었다. 또 일부 연구실에선 인화성 물질이 전용 캐비닛 외부에 무방비하게 보관되고 있어, 화재 시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232조(폭발 또는 화재 등의 예방) 위반이자 우리 학교의 자체 연구실 안전지침에도 어긋나는 사안이다. 원래대로라면 이것들은 모두 전용 밀폐형 시약장에 보관돼야 하고, 별도의 물질 안전 보관자료에도 게시돼야 하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양캠 연구실은 폐시약에 대한 처리 역시 부족했다. 연구실 내부엔 연구 종료 이후 10년가량 방치된 폐시약이 여럿 발견됐다. 그 중엔 노출될 경우 간독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포름아미드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페놀과 같은 독성 물질도 있었다. 또한 제5류 폭발성 물질로 취급되는 피크릭액시드라는 물질도 존재했다. 게다가 서울캠의 한 연구실 내부에선 어떤 물질인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오래된 시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강 교수는 “연구실에 방치돼있는 수많은 폐시약들 중엔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물질이 존재할 수도 있으며, 인체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며 폐시약 관리에 대해 특별히 당부했다. 

연구실 안전,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 학교의 연구실 관리는 연구실 상시출입자인 △교수 △조교 △대학원생 △학부 연구생이 담당한다. 때문에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안전진단 결과 적발된 대부분의 문제는 이미 안전지침에서 경고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우리 학교는 △고압가스 △방사선 △전기 등 10개 영역에 대한 별도의 구체적인 안전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관련 지침을 충분히 숙지했더라면 사전에 충분히 대비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연구실 구성원들은 이와 관련한 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원생 A씨는 “학교에서 안전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나 연구실마다 지침의 비치 여부가 상이해 이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학생은 드물 것”이라 답했다. 게다가 연구책임자들이 연구실 상시점검을 소홀히 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우리 학교는 「연구실 안전관리 규정」 12조에 따라 상시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 B씨는 “상시 점검일지를 매일 작성하기도 어렵고, 작성하여 매번 교수님께 결재를 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대학원생 사이에서 기계적인 일일 점검이 일상에 반복되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측은 물론 연구종사자 역시 안전 환경 개선의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시행된 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등급별 연구소의 수는 지난해 안전 진단의 결과와 비슷했다. 이 둘의  결과를 비교했을 때, 2·3등급 연구실의 비율은 각각 56%와 57%로 단 1% 차이에 그쳤다.

또한 안전진단 이후에도 연구실 안전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ERICA캠 내 한 연구실은 지난 2018년 안전진단 이후 3년 내내 △유해인자별 취급 및 관리대장 미비치 △콘센트 관리부실 △특별관리물질 관리기준 미준수 △화학약품 보관상태 부적절 등의 동일한 사안에 있어 안전진단 3등급을 받았다. 관련 법은 안전진단에서 지적받은 사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올해 안전진단을 불과 한두 달 남긴 현시점 양 캠퍼스의 미비점 조치율은 서울캠 78.4%, ERICA캠 64.2%로 아직 완전한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안전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연구종사자와 책임자의 안전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강 교수는 “연구 안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미흡한 점이 있어 우리나라의 연구안전 수준은 좀 더 개선돼야 한다”며 “학교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연구안전 주간이나 워크숍을 개최해 연구종사자의 인식 전환을 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답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에 의해 안전관리 우수연구실로 선정된 연구실의 책임자인 박경호<과기대 화학분자공학과> 교수 역시 “다른 것은 배제하고 우선 우리 연구활동 종사자들의 안전점검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고 중요성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실 안전 책임자와 관리자 모두 연구실 상시 점검에 대해 의무감과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과장은 “실제 현장지도점검 중 계도를 하다 보면 연구실 안전책임자가 어떠한지에 따라, 연구종사자들의 안전에 대한 이행 여부 등의 편차가 매우 크다”며 “‘누군가 했겠지’와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연구실 책임자들이 작은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자율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해 안전사고 또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대개 연구실 내 안전사고는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는 연구실 사고가 얼마든지 우리 학교의 일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안전한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 강정원<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