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곤충들, 물러설 곳 없다
멸종 위기 곤충들, 물러설 곳 없다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많은 히트작을 통해 인기를 얻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선 거대하게 표현된 곤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선 주인공인 개미의 입장을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기도 한다. 영화나 책 속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곤충.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3억 5천만 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까지 기록된 것만 약 80만 종에 달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대부분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곤충은 사실 지구 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존재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의 시대 다음은 ‘곤충의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줄어드는 곤충들
하지만 곤충의 시대가 채 오기도 전에 ‘모든 곤충이 멸종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과학 저널 「생물 보존」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 곤충 종의 41%가 급속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으며, 3분의 1은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10년 새에만 *날도래의 종 68%에서 개체 수가 줄었으며 나비는 53%, 딱정벌레는 49%, 벌은 46%의 종에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우리나라 곤충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멸종 위기 곤충 종은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18.2%로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기후변화나 도시화로 곤충 종의 다양성은 떨어지고 눈에 띄게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곤충이 사라지는 현상엔 인간의 여러 활동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사회에선 곤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살충제 사용 △무자비한 남획 △서식지 파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붉은점모시나비는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더위에 약해 알 속에서 여름잠을 자며 겨울의 시작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애벌레로 부화해 영하 48도의 추위를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붉은점모시나비의 매력을 더 알기도 전에 최근 심해지는 이상 기후 현상은 이들을 멸종의 길로 내몰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멸종위기 2급으로 선정됐으며, 2018년엔 1급으로 지정됐다. 유해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의 천적인 물장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포식자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토종 생태계의 수문장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됐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며 웅덩이, 농수로 등 물이 고인 민물 습지 등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매서운 추위에도 견디는 붉은점모시나비의 모습이다
▲매서운 추위에도 견디는 붉은점모시나비의 모습이다

이강운<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과도한 살충제 사용 역시 곤충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저독성 농약이기 때문에 독한 냄새가 없어 지난 90년대 이후부터 전 세계에서 걸쳐 사용됐다. 우리나라도 이를 벼와 과수 농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 또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다양한 작물의 진딧물류, 총채벌레류, 벼멸구 및 벼물바구미 등의 방제용 약제로 판매됐다. 하지만 해외에선 집단 폐사하는 벌집 군 붕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을 지목한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해당 농약이 꿀벌의 집단폐사를 일으킨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영국 스털링 대학 연구진과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에서도 꿀벌의 출생률과 방향 인지능력에 농약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지난 2019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벌을 비롯한 다른 유익한 곤충에 대규모 부정적 효과를 야기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관련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곤충 밀렵이나 채집, 무자비한 남획도 이 같은 문제에 한몫하고 있다”며 “장소하늘소만 하더라도 지난 60년대 우리나라 곤충 종에선 최초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데 그 이후로 70년대에 들어서 사람들이 그 희소성에 주목해 해외에 수출하거나 곤충 수집가들한테 판매해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곤충의 위대한 가치
많은 사람들은 징그러운 곤충이 사라지는 상황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곤충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하부조직을 이루는 1차 소비자로서 과일과 꽃, 채소 등 식물의 수분 작업을 할 뿐만 아니라 꿀과 실크 등의 유용한 부산물을 제공한다.  또한, 우리의 주식량으로 소비되는 생물의 상당수는 곤충을 먹이로 삼는 경우가 많아 결국 곤충 개체 수 감소는 인간 사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한편 곤충은 신약의 재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곤충 소재 의약품 관련 출원도 꾸준히 늘고있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약재로 사용돼 온 벌침과 누에 외에도 갈색거저리나 동애등에 등 생소하거나 약재로 알려지지 않은 곤충 종으로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갈색거저리는 과거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서 해충으로 인식됐으나 항암과 항치매 효능 등이 밝혀졌으며 파리목 곤충인 동애등에는 폐렴균, 이질균에 대한 항균 활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엔 멸종 위기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해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붉은점모시나비는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화합물을 추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소장은 “붉은점모시나비는 추운 겨울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세포 내 체액이 얼지 않도록 영하 47도까지 활동한다”며 “그들의 몸속엔 바이러스에 대항할 강력한 생리활성 물질을 보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곤충이 없다면 죽은 동물과 식물이 생태계에 축적돼 환경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다. 곤충은 지구의 1차 분해자로서 훌륭한 청소부 역할을 맡고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동물의 배설물을 분해해주는 분식성 곤충인 소똥구리와 썩은 사체를 먹어 이를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식성 곤충인 송장벌레가 대표적인 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중에서 활동하는 수서곤충은 물 위에 떨어지는 나뭇잎 잔해나 물고기의 배설물 등을 깨끗하게 없애주기도 한다. 이 소장은 “이런 곤충들이 없으면 맑고 깨끗한 공기나 물을 우리는 느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삶의 터전에서 곤충은 없어선 안 될 존재”라 강조했다.
 

▲증식 복원에 성공한 장수하늘소의 모습이다
▲증식 복원에 성공한 장수하늘소의 모습이다

곤충 개체 수를 위해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노력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상황을 파악해, 멸종 위기 야생곤충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대 120mm까지 자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인 장수하늘소는 지난 80년대까지는 국내 일부 지역에 살았던 기록이 있으나 90년대 이후론 극소수 개체만 있는 매우 희귀한 곤충이다. 이에 멸종위기종 곤충류 보존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은 장수하늘소 증식 복원 연구사업을 통한 인공 증식을 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자연 상태에서 1년생 유충이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우화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실험으로 화제가 됐다. 김 연구원은 “장수하늘소 인공증식 성공은 우리나라 멸종 위기 곤충의 성공적인 복원 사례로 곤충들이 개체 수를 회복해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진행한 붉은점모시나비 복원사업 역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 복원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120쌍을 인공 증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곤충들을 보존하기 위해선
하지만 멸종 위기 곤충을 보존하기 위해선 이 뿐만이 아닌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용석<한국곤충학회> 부회장은 “생태나 분리학을 연구하면 연구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적이기에 곤충 연구를 하는 연구자 인력 양상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대해 말했다. 이 소장은 “기초과학 연구에 뛰어드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의 관심 부족도 문제”라며 “곤충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hub’을 만든 것도 그 이유에서다”고 사람들의 관심 촉구에 대해 강조했다.

인간보다 4억 년 먼저 등장해 공룡도 피하지 못한 대멸종 시기를 5번이나 이겨냈으며, 지구상 최대 생물 종 수를 자랑하는 곤충. 지구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작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곤충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날도래: 날개에 납작한 비늘 가루 대신 털이 나 있어 나비 무리와 구별되며, 큰 날개와 연약한 몸,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가진 곤충 무리를 의미한다.

도움: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
이강운<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이용석<한국곤충학회> 부회장
사진 제공: 국립생물자원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