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형 SNS의 화려한 부활
기록형 SNS의 화려한 부활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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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SNS로 여겨졌던 네이버 블로그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달 26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블로그에 게재된 포스팅 개수는 약 3억 건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0% 증가한 것으로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카카오에서 제작한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는 지난달 기준 4만 4천 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보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두 플랫폼처럼 △기사 △일기 △칼럼 등 자유로운 형식의 글을 쓸 수 있는, 이른바 ‘기록형 SNS’가 유행의 반열에 오르게 된 이유는 뭘까.

기록형 SNS의 인기엔 최근 변화된 사람들 간 의사소통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 SNS상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서로의 근황을 단편적으로 확인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을 통해 분량에 제한 없이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록형 SNS 사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왔던 김희진<경기도 과천시 22> 씨는 “다른 SNS에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가볍게 공유하지만 블로그에선 호흡이 긴 글을 작성할 수 있다”며 “기록형 SNS에선 자세히 일상을 기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웃을 맺고 있는 지인의 근황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사용 후기를 전했다.  

더불어 기록형 SNS 플랫폼이 새롭게 단장하면서 글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인기를 끄는 데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라이프로그 캠페인 △블로그 마켓 △오늘 일기 챌린지 등처럼 각종 기능과 이벤트를 마련해 사용자가 글을 매개로 개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는 이용자에게 ‘작가’란 타이틀을 부여하고 매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이용자들이 직접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람들의 작문 욕구를 자극하고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천 명 남짓한 이웃을 보유한 블로거 안현령<배제대 생물의학과 19> 씨는 “이벤트 혜택을 받기 위해 블로그 오늘 일기 챌린지에 참여했지만 매일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서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며 “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줄어 일기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고 사용 후기를 전했다. 이처럼 기록형 SNS 플랫폼의 색다른 시도는 글에 대한 사람들의 부담감을 덜어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따른 자유로운 소재로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록형 SNS의 흥행에 대해 이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더욱 강조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앞으로도 기록형 SNS가 바람직한 소통의 장(場)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 할까. 이에 이 교수는 “사용자의 게시물이 주가 되는 플랫폼인 만큼 자신의 게시물이 인터넷 공간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사용자의 이용 태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록형 SNS의 전망에 대해 “모든 콘텐츠의 기본 골격인 글을 매개로 한 플랫폼들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사진과 영상처럼 짤막하고 얕은 정보에 익숙해져 가고 있던 우리에게 기록형 SNS는 인터넷 공간 속을 유영할 수 있는 새로운 파도와 같다. 이를 오래 향유하기 위해선 플랫폼 개선과 더불어 사용자의 바람직한 사용 인식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기록형 SNS가 단순 흥행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도움: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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