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된 예술, 브레이킹을 만나다
스포츠가 된 예술, 브레이킹을 만나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1.09.27
  • 호수 153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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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린 도쿄 올림픽을 지나, 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선 더 색다른 종목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바로, 흔히 브레이크댄스로 알고 있는 브레이킹이다. 한때 반항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브레이킹은 이제 대중예술을 넘어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중예술과 스포츠를 아우르는 브레이킹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황정우<퓨전엠씨>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퓨전엠씨’는 지난 2002년에 창단된 브레이킹 팀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개최한 ‘첼스 배틀 프로’를 시작으로 30여 차례 세계 대회 우승을 차지한 우리나라 명문 팀 중 하나다.
 

▲황정우<퓨전엠씨> 단장이 인터뷰 전 사진 촬영에 응한 모습이다.

브레이킹이란
황 단장은 브레이킹을 지난 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한 클럽에서 시작된 문화라고 설명했다. 당시 몇몇 디제이가 흥을 띄우기 위해 가사 없이 음악만 나오는 부분을 강조하곤 했는데 이때 추는 춤을 브레이킹, 댄서들을 비보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간 브레이킹은 지난 199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TV 케이블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최초의 브레이킹 팀인 ‘리버스 크루’가 나와서 춤을 선보였는데 젊은 층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브레이킹 문화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단장은 브레이킹의 특징에 대해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추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신체의 미세한 근육까지 다 사용하기 때문에 연습 외에도 개인 운동이 필요한 장르입니다.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동작 하나에 성공했을 때 성취감이 큰 매력 있는 장르이기도 하죠.”

세계 최강 한국 브레이킹이지만…
지난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 브레이킹 문화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02년 ‘브레이킹의 월드컵’으로 여겨지는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 대회에서 국내 팀의 첫 우승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브레이킹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라이벌 국가는 어디냐는 질문에 황 단장은 “지난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적수가 없었다”며 “당시엔 결승에서 국내 팀끼리 맞붙는 일이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해외 팀과 비교했을 때 연습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브레이킹 팀 퓨전엠씨의 공연 모습이다.
▲브레이킹 팀 퓨전엠씨의 공연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K팝, 랩 등이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은 꾸준히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황 단장은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공연, 방송 등의 수입도 적어져 다른 일을 병행하며 춤추는 비보이, 비걸들이 많다”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일을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시선이 많이 존재하는 데다가 실제 수입도 적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
이런 와중에 브레이킹의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브레이킹 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황 단장은 “올림픽 종목에 브레이킹이 포함됐다는 것 자체로도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브레이킹은 배틀을 통해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의 특성을 갖추고 있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있었다. 황 단장은 “심사 위원들이 예술 점수 등을 매겨 배틀의 승패를 결정하는데 이 기준들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현재 베테랑 비보이, 비걸들에 의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 올림픽에 앞서 내년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현재 국가대표 선발전이 진행 중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경기만 열려 비보이와 비걸 각 2명씩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이 자리를 놓고 오는 11월 열리는 3차 선발전에서 16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황 단장은 “우리 팀 소속 비보이도 4명이 포함돼 있어 선발전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이어 그는 “장르의 특성상 다른 종목처럼 합숙 훈련을 하진 않고 평소처럼 연습실에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브레이킹은 음악과 함께
브레이킹은 비보이, 비걸과 관객이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장르다. 이런 의미에서 황 단장은 “브레이킹을 음악과 함께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브레이킹의 화려한 동작에 관심 가져주시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즐겨주시면 이 장르의 매력을 더 잘 느끼실 것 같습니다.”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실력을 갈고닦은 비보이와 비걸들. 다가오는 대회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길 바란다.


도움: 황정우<퓨전엠씨> 단장
사진 출처: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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