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애정과 열정으로
[취재일기] 애정과 열정으로
  • 이다영<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1.09.13
  • 호수 153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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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문화부> 정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한대신문사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을 기억한다.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은 회색빛이었지만 신문사를 향하는 필자의 마음만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밝게 빛났다. 조심스레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마주했던 한대신문의 모습은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쟁터였다. 피곤한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기자들의 모습은 마치 기사를 향한 열정과 타자를 치는 두 손을 무기로 신문 발간이란 임무를 완수하는 전사들 같았다.

한 학기 동안의 수습기자 생활을 지나 문화부 정기자가 된 지금, 필자는 그날 봤던 전사들 중 한 명이 됐다. 직접 전쟁터에 나와 보니 기자들의 모습을 전사에 비유한 건 적절했단 확신이 든다. 신문사 귀퉁이에 적힌 ‘어떻게든 신문은 나온다’는 문구처럼 어떻게든 신문은 나오지만 ‘어떻게든’이란 수식어엔 기사에 대한 집요한 노력과 막중한 책임이 전제돼있단 사실을 매 발간 때마다 느낀다. 동시에 이렇게 중요하고 막대한 임무에 필자가 투입되는 게 맞는 건지 의문도 든다. 

필자는 기사 소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재를 다뤄보고 싶단 의지는 얕은 창의력과 좁은 시야 앞에서 무너졌다. 최종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필자의 가난한 표현력과 매끄럽지 못한 문체에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다. 게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글로 풀어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원고 마감일까지 작성을 끝내야 한단 부담도 상당했다.

‘기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는 주변인들의 질문엔 그동안 책임감 때문이라고 답해왔다. 고단한 전쟁터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 누가 되고 싶지 않단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에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단 열정과 신문사 기자들을 향한 애정이 더해지고 있다. 늦은 새벽까지 동료기자들과 함께 수정을 거듭하며 만들어진 기사가 종이신문으로, 혹은 웹 신문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 최근 작성한 독립서점 기사처럼 꼭 한번 작성해보고 싶었던 소재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기자의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다.

취재일기를 작성하는 지금도 글을 쓰는 건 여전히 필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한대신문에 있는 동안 있는 힘을 다해 통통 튀는 기사로 문화면을 장식하고 싶단 욕심은 계속될 것 같다. 지금도, 또 앞으로도 임무 완수에 특화된 무기를 가진 전사로 거듭나긴 어렵겠지만 함께 하는 기자들에게 골칫덩이 병사가 아니라 제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병사로 남고 싶다. 이를 위해 여느 발간일과 다름없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구부정한 자세로 모니터 앞에 앉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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