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없이도 가능한 육류 섭취, 대체육이 뜬다
고기 없이도 가능한 육류 섭취, 대체육이 뜬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1.09.13
  • 호수 153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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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기자는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을 찾아 수제버거와 미트볼 파스타를 주문했다. 이윽고 받아든 음식들을 한 입 먹는 순간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신기함이었다. ‘오! 이거 진짜 고기 같네.’ 이곳은 대체육 레스토랑으로 오로지 식물 단백질만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박태권<푸드더즈매터> 총괄셰프는 “최근 식당을 찾아주시는 분이 늘었다”며 “대부분의 손님이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음식에서 고기 맛이 나 신기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서초구의 대체육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미트볼 파스타와 수제버거다.
▲서울시 서초구의 대체육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미트볼 파스타와 수제버거다.

 

대체육이 대체 뭐야?
대체육이란 주로 △버섯 △콩 △호박 등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진짜 고기처럼 만든 식품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82억 원에서 올해 200억 원 추산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장재봉<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는 “환경, 동물권 등을 고려하는 윤리 의식이 생기고 이로 인한 가치 소비가 사회에 자리 잡게 되면서 기업들도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며 “대체육도 그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대체육을 소비하면 …
대체육을 소비하는 것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첫 번째로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축산업은 △대기 △수질 △토양 등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악영향을 끼친다. 식품정보원 관계자는 “축산 시에 사용하는 각종 약물과 가축의 배설물 등은 토양 및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축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 가스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총량의 1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체육 생산량이 지금보다 많아질 경우 축산업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의 약 90%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동물권을 보장할 수 있다. 동물권이란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살며 행복을 추구하고 살아갈 동물의 권리를 의미한다. 한승희<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가축들은 육류 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우리에 밀집 사육되며 평생 강제 임신, 출산 등이 반복되는 삶을 산다”며 동물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 축산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대체육은 이런 축산 방식을 축소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 덧붙였다.

끝으로 대체육은 미래에 다가올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에선 연간 닭 500억 마리, 소 10억 마리를 섭취하고 있고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류 농지의 3분의 1이 할애되고 있다. 류기형<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곧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때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과 농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체육의 영양 성분은 고기와 비슷하면서 생산 효율은 훨씬 높아 향후 식량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대체육, 더 대중화되기 위해선
이처럼 많은 장점을 안고 있는 대체육이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대체육이 해결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대체육을 섭취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맛과 가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9.8%만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줬다. 실제로 대체육을 먹어본 적 있는 학생 A씨는 “맛이 고기와 유사하기는 하나 육즙이 없고 퍽퍽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직 대체육이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을 따라잡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대체육과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육류 제품을 비교했을 때 대체육 제품이 평균 5천 원에서 1만 원 정도 더 비싼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엔 대체육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 7월 미국 듀크대에서 진행했던 대체육 영양성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 고기에 함유된 *대사물질은 대체육에 함유된 대사물질과 그 성분이 90% 정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대 연구팀은 ‘대체육만 섭취할 경우 신체의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이 머지않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류 교수는 “대체육 개발 초기 단계인 우리나라는 아직 여러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존재한다”며 “그렇지만 현재 맛과 영양 등 대체육의 한계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곧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 전했다. 이처럼 대체육에 대한 여러 연구가 계속된다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육의 전망
몇가지 보완이 이뤄진다면 앞으로도 대체육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체육은 오는 2030년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 2040년엔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식품안전정보원 관계자는 “갈수록 식량난과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대체육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래에는 대체육이 육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대체육이 상용화돼 육류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또 식량난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길 바란다.


*대사물질: 우리 몸의 생명 유지 활동에 관여하거나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다.

도움: 류기형<공주대 식품공학과> 교수
박태권<푸드더즈매터> 총괄셰프
장재봉<건국대 식품유통공학과> 교수
한승희<동물해방물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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