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남북 청년들의 통일 준비 : ‘동질감 형성’을 위한 국가의 역할
[단상] 남북 청년들의 통일 준비 : ‘동질감 형성’을 위한 국가의 역할
  • 한대신문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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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박준규<사학과 13> 동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주인공, 총정치국장의 아들 리정혁과 그 중대원들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가 신기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천진난만한 중대원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북한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막연한 이념 갈등과 반공 논리의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북한 주민을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은 「사랑의 불시착」이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몇몇 「사랑의 불시착」 시청자들처럼 북한의 동년배들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늘 궁금했다. 필자는 현재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으로 활동하며, NKDB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기획홍보팀 인턴으로 재직 중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북한 이탈 주민들의 정착 지원이라는 점에 있어, 필자는 남북의 2030 세대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많았다. 한 번은 북에서 군 복무를 하다가 DMZ를 통해 남으로 온, 필자보다 한 살 어린 친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그 친구와 필자의 군 복무기간이 겹쳤고, 남북의 군 생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말했다. “군 복무 시기에 우리가 마주했더라면, 서로 총을 겨누는 적군의 신분으로 만났어야 했지만, 오늘날 이렇게 만나 남과 북의 군 생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에 놀라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이다. 나아가 둘 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어 얼마 전 그 친구에게 손흥민 선수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는 똑같은 ‘사내 녀석들’이자 ‘인간’이었다.

이처럼 남북관계 속 현 2030 세대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처럼 남북의 청년들 서로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을 스스로 형성해 나가야 하며, 국가는 이러한 플랫폼과 채널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남북의 2030 세대는 양극화로 변질된 이념과 사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선대들의 노력과 그들이 추구한 가치, 그리고 현재까지 밟아 온 남북관계의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 평화를 목표로 했던 선대들의 다양한 접근법과 그 과정 속 시행착오를 면밀히 공부하여, 이어나갈 요소는 계승하고 보완이 필요한 요소들은 보충해나가야 한다.

약 반세기 동안 △민주화 △분단 △산업화 △식민 지배 △전쟁을 겪어야 했던 이전 세대가 견뎌온 고통과 상처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그 상처들을 치료해 나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숙명이다. 현 2030 세대는 선대가 경험해야 했던 살이 찢기고 피가 터지는 그 뼈아픈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껴왔다. 역사라는 학문, 혹은 선대의 경험담으로 우리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역량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2030 세대는 급속도로 달려온 대한민국이 놓쳤거나 손상시킨 것들을 보완해야 한다.

그럴수록 양극화된 이념과 사상이 다른 안건들을 삼켜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 남북의 2030 세대가 함께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동질감을 형성해 나가는 시간 속에서 정치적 통일 준비와 함께 마음의 통일 준비도 동반돼야 한다. 일방적인, 어느 한 형태만의 통일은 반쪽짜리 통일에 불과하다. 특히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북한 이탈 주민은 이같은 ‘통일 준비’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들의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할 수 있었던 꿈 같던 경험은 필자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관심 갖는 또 다른 청년의 경험이 돼야 한다. 

이러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주체가 바로 국가다. 남북 청년들의 소통 채널 형성을 NGO와 민간기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직접 국가가 중심에서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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