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정책 4년째, 원자력공학과는 지금
에너지전환 정책 4년째, 원자력공학과는 지금
  • 김유선 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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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원공인데, 원자력 분야에 뜻 없으면 전과 추천합니다’ 서울캠퍼스의 학내 커뮤니티에서 원자력공학과(이하 원공)의 취업에 대해 묻는 게시글에 달린 댓글이다. 정부가 4년째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을 배제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자력 전공자들의 취업난이 현실화되는 듯하다.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분야는 관련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만큼 유망한 분야였기에 원자력공학 전공 후 관련 분야 진출을 희망했던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지난 2017년 시작돼 원자력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대형 원전 건설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기 때문이다. 원전 산업이 원자력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형원전 건설이 원전 산업의 기반에 있다.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대형원전 설계를 주도하는 공·사기업 및 원자력 부설 기관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019년 나기용<두산중공업> 부사장이 “원전건설 관련 업체 2000여개의 매출 하락이 늘어나며 인력 이탈이 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7월 9일 신한울 1호기도 두 번의 심의 신청 끝에 조건부로 운영을 허가받은 상황에서 원전 업계는 더 이상의 새 원전 가동 및 건설이 힘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원전 업계 전체의 불황이 실제화되며 기업 원자력계의 주축을 담당하는 기관마저도 신규 채용 모집 정원을 점점 줄이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신규채용 현황을 보면 지난 2016년 112명에 달했던 일반정규직 신규채용 인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발표 직후인 지난 2017년 45명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지난해 84명으로 채용 규모가 그나마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원자력계의 활발한 채용에 대한 기대를 잃은 지 오래다.

앞으로도 원자력계 내 취업에 있어 학생들이 겪을 고충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공고히 했다. 이에 원공 학생들은 원자력계의 전망을 우려하며 취업 가능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대 원자력공학과 재학생 A씨는 “현재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인력 수요가 많고 유망한 타 학과로 다중전공이나 전과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부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도 진로를 계획함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자력계에 대한 열정과 꿈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던 대학원생들은 원자력계 산업에 정체가 발생하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하상석<공대 원자력공학과 석사과정 4기> 씨는 “원자로에 대한 꿈 하나로 지금까지의 연구를 지탱했는데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나설 자리가 부족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연구주제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현실을 설명했다.

홍서기<공대 원자력공학과> 학과장 역시 “원공 내의 취업과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걱정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상황으로 인해 원자력공학이 위축돼선 안된다”고 전했다.  원자력의 기술 혁신이 이어지기 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원필<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명칭에서 ‘에너지전환’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만큼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계의 동행이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금, 원전의 경제성과 원자력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배경으로 원자력계의 기초 자원인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더 이상 다치게 둬선 안 된다.

도움: 백원필<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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