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MZ세대를 사로잡다
골프, MZ세대를 사로잡다
  • 나태원 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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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골프에 빠졌다, 몇 달 전 친구의 권유로 골프장에 방문했던 그는 골프에 흥미가 생겨 요즘엔 시간 날 때마다 골프장을 찾는다. A씨는 “골프장엔 중장년층만 있을 줄 알았는데 비슷한 연령층이 많아 편하게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를 취미로 즐기고 있는 건 A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6월 KB금융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유입 골프 입문자 중 MZ 세대는 65%에 달한다. 값비싼 중장년층의 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엔 코로나19의 확산이 있다. 앞선 KB금융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인구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평균 3%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가파른 상승세다. 이에 대해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넓은 야외에서 3~4명이 독립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골프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로 활동반경이 좁아진 요즘, 골프장 방문을 여행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도 골프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SNS로 일상을 과시하는 ‘스몰 럭셔리’ 경향이 강한 젊은 층엔 이런 골프의 특징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고급문화인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게재함으로써 자신이 상류층의 삶을 사는 듯한 만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골프에 유입되면서 골프장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골프는 복장이나 경기 매너에 매우 엄격했지만, 최근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득성<더크로스비> 팀장은 “최근 젊은 층의 유입으로 △반바지 △청바지 △짧은 양말 등 과거엔 입장조차 불가능했던 복장이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과거의 골프장은 엄숙한 분위기였는데 활기찬 기운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젊은 층이 새로운 골프장 문화를 형성한 건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일각에선 이들의 경기 예절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동훈<용평CC> 캐디는 “젊은 골퍼들은 뒤 팀에 피해가 될 정도로 경기를 느리게 진행하거나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공을 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경기 시간을 지연 시켜 뒤 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캐디 B씨는 “홀마다 정해진 시간을 준수하는 등 기본예절은 숙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해 골프는 점차 젊은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앞으로도 골프는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 젊은 층의 취미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도움: 김동훈<용평CC> 캐디
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이득성<더크로스비> 팀장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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