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지구를 생각한 '패시브하우스'가 온다
사람과 지구를 생각한 '패시브하우스'가 온다
  • 이다영 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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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웠던 이번 여름, ‘더위 덜 타는 건물’이 필요하다
올해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뉴스에선 ‘어제보다 덥다’와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란 말이 끊이질 않았다. 가속화된 지구온난화와 열돔 현상으로 열기가 지면에 머무르면서 찜통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지구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패시브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패시브하우스’

패시브하우스란 수동적인 집이란 뜻으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활용하는 액티브하우스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연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에 주력하는 액티브하우스와 달리, 패시브하우스는 자연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기 위한 설계구조에 집중한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지난 1988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건축 디자인으로 별도의 냉난방 장치 없이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온실가스와 탄소 절감에 효과적인 건축물로 인정받아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패시브하우스 대중화를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 정책이 시행돼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충청북도 청주시에 패시브하우스 주택단지인 ‘가온누리 마을’이 만들어진 바 있다.

패시브하우스, 그 원리는?
그렇다면 패시브하우스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해답은 보온병처럼 설계된 패시브하우스의 단열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구조의 핵심 요소는 고밀도로 만들어진 단열재와 창문이다. 외벽과 내벽에 모두 설치된 단열재는 여름엔 뜨거운 빛을 반사시켜 열의 투과율을 막고, 겨울엔 실내공기가 외부로 배출되는 것을 막아 일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동시에 지붕에 있는 통기층과 창문은 공기가 유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해 실내 쾌적함을 확보한다.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패시브하우스는 낮 동안 햇빛으로 달궈진 실내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줄이고 열을 보존하는 방식을 기본 원리로 한다”며 “차가운 얼음물은 시원하게, 뜨거운 물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보온병과 같은 원리”라 설명했다.

패시브하우스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
이렇게 설계된 패시브하우스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이중 가장 큰 이점은 단연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지구에 이롭단 점이다. 박병열<건축사 시인공간> 대표는 “패시브하우스는 이전까지 활용한 건축 재료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해 만든 가장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이라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제로카본 그림홈’의 경우 고성능 창문과 초단열 기술을 도입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55% 절감했다.

고밀도의 창문과 두꺼운 단열재는 쾌적한 실내 온도를 조성해 냉난방비를 줄일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 바람과 잡음을 막아준다. 이정훈<한국패시브하우스협회> 연구소장은 “패시브하우스는 일반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냉난방 비용을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다”며 “촘촘한 건물 설계는 여러 외적인 영향에도 각종 하자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패시브하우스는 입주자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패시브하우스 내에선 곰팡이가 피거나 유충이 서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실내온도는 신체 면역체계와도 연관돼 쾌적한 환경의 패시브하우스는 신경통과 호흡계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패시브하우스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한편, 패시브하우스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건축 디자인으로 자리 잡기엔 한계가 있단 우려도 만만찮다. 우리나라엔 친환경 건축물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패시브하우스를 짓기 위해선 △고도 △기후 △풍향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검수할 만큼 면밀한 제도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선 지난 8월까지 총 세 차례의 수정을 거듭하며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제도에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노력과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건축 설계 시 편의성과 미적인 측면을 환경보다 중요시하는 경향이 패시브하우스의 대중화를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제도 마련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올바른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된 패시브하우스
심각한 기후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현재, 우리에게 패시브하우스는 필요를 넘어 필수가 됐다. 지구와의 공존이 필수불가결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엔 건축 설계 시 사람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여겨왔다면, 이젠 환경을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패시브하우스가 일상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도움: 박병열<건축사 시인공간> 대표
이정훈<한국패시브하우스협회> 연구소장
이태구<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
사진 제공: 무신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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