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에 이 기쁨을 전하다
연출에 이 기쁨을 전하다
  • 정다경 기자
  • 승인 2021.09.06
  • 호수 153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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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쁨 연극연출가

본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이기쁨 연극연출가는 현재 자신의 극단 「LAS」를 운영하며, 그녀의 이름처럼 ‘기쁨’을 느끼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피어난 영화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됐다. 그때를 기점으로 지금의 연극연출가에 이르기까지 희로애락이 담긴 이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갈림길 앞에 선 그녀
학창 시절 주위엔 사람이 끊이지 않을 만큼 그녀는 사교성이 좋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사교적인 면모 외에도 성숙했던 그녀의 포용력도 한몫했다. 제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친구들을 포용하는 그녀의 자세는 평탄한 학교생활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론 그녀 자신을 뒷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비디오 영화를 보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지속된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그녀를 영화제작 동아리에 가입하게 했고, 본교 연극영화학과 진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입학 후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난 동기들을 보며 “처음으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꿈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자신은 영화 창작보다는 연극 운영에 더욱 즐거움을 느끼고, 동시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사교성이 뛰어난 그녀는 이와 더불어 “영화는 특성상 시나리오 제작 및 편집을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아 외로웠지만, 연극은 배우 및 스텝을 포함한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를 창작할 때는 ‘나만의’ 작품으로 바라봤다면, 연극은 ‘함께하는’, ‘우리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한결과 “사람들과 소통하며 연극을 함께 만들 때 기쁨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이 동문은 이를 통해 영화와 연극의 갈림길에서 연극을 택하게 됐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그녀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한 영화 창작을 그만두고, 그녀가 연극을 택한 건 불확실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맡았던 △무대감독 △연출 △조명 역 중 연출은 그녀의 선택에 확신을 가져다 줬다. 이에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낼 때 이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연출가라고 생각했다”는 그녀는 이제 어엿하게 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 시절 여행도 한 번 못 가고 학업과 연극에만 몰두한 그녀는 졸업 직후 극단 「드림 플레이」에서 정식 연출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 “나를 믿고 함께 할 팀이 있으면 내가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 그녀는 그렇게 극단 「LAS」를 만들게 됐다.

▲ 작품 중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극단으로서, 연출가로서 방향성을 제시해준 첫 작품이다. 단순히 여성들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에서 벗어나, 여성이기에 풀어나갈 수 있고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에 초점을 뒀다.
▲ 작품 중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극단으로서, 연출가로서 방향성을 제시해준 첫 작품이다. 단순히 여성들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에서 벗어나, 여성이기에 풀어나갈 수 있고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에 초점을 뒀다.

자신의 극단에서 세상과 맞닿은 이야기를 그려나가고자 한 그녀는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여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연극을 내놓았다. 이 동문은 세상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재미’도 함께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노력한 시간이 어느덧 10년. 그녀는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고 밝히며 “연출가로서 짊어져야 할 업무와 심리적인 부분이 굉장히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연극의 늪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한 그녀였다. 이에 연극의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배우의 손짓 하나만으로도 그 무대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예술을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고 답했다.

세상과 발맞춰 걷는 연출가
현재는 본교 연극화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 그녀의 수업 포인트는 “학생들이 연기 및 제작 수업에 임할 때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 나갈지 끊임없이 탐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처음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다면, 이후엔 그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해낼지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좋은 연극’이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 전했다. “연극이 1년 전에는 맞을지라도, 1년 후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연극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상과 발맞춰 걷고 있는 그녀의 발자국은 결코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과 발맞춰 걷고 있는 그녀가 앞으로 연극연출가로서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보자.

이 동문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모른다며, 그녀에게 연출은 기쁨이라고 답했다.
▲ 이 동문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모른다며, 그녀에게 연출은 기쁨이라고 답했다.

사진 제공: 이기쁨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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