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랑에 관하여
[단상] 사랑에 관하여
  • 김수현<경상대 회계세무학과 20> 씨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과 가을 초입에 선 지금, 입추가 지나 선선해진 날씨는 우릴 사랑으로 이끄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사랑을 베푸는 것은 귀중한 경험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부터, 형제간, 친구 간, 이성 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방면에서 사랑을 느낀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완벽에 가깝진 않더라도 여러 사자성어를 통해 사랑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혼정신성(昏定晨省)
혼정신성은 저녁에 잠자리를 봐 드리고아침에 문안을 드린다는 뜻으로, 자식이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안부를 물어 살핌을 이르는 말이다. 어렸을 적 우리는 부모님의 세밀한 보살핌 아래 자라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았으며 모든 행동의 근거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우린 때로 학업이나 직장을 이유로 부모님께 안부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효’는 굉장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효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그저 그들이 베풀었던 대로 행하는 것이 바로 효다. 식사는 잘하셨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간단할지라도 안부를 묻고 신경 쓰는 것이 효다.

형우제공(兄友弟恭)
형우제공은 형은 동생을 우애하고, 동생은 형을 공경한다는 의미다. 형제자매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퉈본 경험이 있겠지만, 가정의 화합 측면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형제자매간에도 반드시 사랑의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사랑이 그렇지만, 이 사랑은 특히 상호가 노력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형은 동생을 아끼어 주나, 동생은 형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형의 입장에서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며 반대로 동생은 형을 공경하지만, 형은 동생을 아끼지 않는다면 동생의 입장에서 허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형은 동생을 아끼어 주고, 동생은 형을 공경함으로써 서로가 존중하고 사랑하여야 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
대학에 입학해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 우리, 우리는 어떤 태도로 친구를 대해야 할까? 진정한 우정의 예시로 관포지교, 관중과 포숙의 사귐을 예로 들 수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에 관중과 포숙이라는 두 인물이 있었다. 전시에 관중은 규를 살해하고자 하였으나 규가 살아남아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자 사형 집행을 앞두게 되었다. 그때 포숙이 규 앞에 나서서 사형을 저지하고 관중을 등용할 것을 아뢰었다. 후에 포숙과의 옛일을 회상하며 장사를 하면서 더 큰 이익을 챙겼을 때, 사업에 실패하였을 때, 벼슬길에서 쫓겨났을 때, 싸움에서 졌을 때 포숙이 관중 자신을 탓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라고 말한다. 이는 영원히 변치 않는 참된 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도 친구의 곁에서 그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태도를 갖추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애급옥오(愛及屋烏)
애급옥오는 사랑이 상대 집 위의 까마귀에게까지 미친다는 뜻으로, 한 사람을 사모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의미다. 얼마나 큰 사랑으로 보아야 사모하는 이의 집에 놓인 까마귀까지 사랑스럽게 볼 수 있을까. 이렇듯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단점마저도 끌어안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단지 멋지고 꾸며진 모습만을 사랑해선 안 된다. 서로에게 단점이 있을 것을 인지하고 진정으로 그마저도 사랑할 때,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안분지족(安分知足)
안분지족은 자기 신세나 형편에 만족하며 평안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은 자기애의 첫걸음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만 한다면 그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못난 사람’이 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한 관점을 취해 ‘행복하다’ 여기고, 주어진 상황에 만족할 때 비로소 자신에 대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다. 당연히 여기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때,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게 되어 진정한 자기애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다섯 가지 사랑과 경우에 따른 사자성어를 살펴봤다.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사랑은 늘 어렵고, 불완전하다. 그러나 이 짧은 단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풍요로운 가을, 사랑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길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