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위한 비대면 시험 감독, 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해
‘공정’ 위한 비대면 시험 감독, 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해
  • 이휘경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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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한 대로 상체 부분 보이게 찍기”, “모바일 줌은 시험지와 손, PC 화면이 나오도록 배치”, “1번 캠은 시험지 보이게, 2번 캠은 주변 환경 모두 보이게” 온라인 수업 1년 6개월 차, 비대면 시험 감독 매뉴얼의 부재로 학생들은 수업마다 다르게 시험을 준비했다. 계절학기가 진행되던 지난 7월엔 갑작스레 시험 형태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등 교수와 학생들 모두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제대로 된 시험감독 매뉴얼, 없었다
지난 4월, 우리 학교 교육혁신단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시험이 불가피해지자 교강사를 위한 ‘HY-ON LMS 시험 운영 가이드 자료’를 제작해 배포했다. 하지만 많은 수업이 줌(Zoom)을 이용해 비대면 시험을 진행한 데 반해, 학교에서 배포한 매뉴얼에는 LMS 내 퀴즈 및 시험 탭 등의 기능 이용법만 자세히 기술돼있다.

학교 측에서 제공한 매뉴얼은 정작 필요한 화상 시험 감독에 대해선 매우 간소하게 안내하고 있다. 매뉴얼의 줌(Zoom) 시험 감독 부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시험 공지 예시 △시험 감독 카메라 각도 예시 △출결 체크 당부 △화상 강의 설정 방법으로 구성돼있다. 문제는 방법에 대한 예시가 하나씩 주어져 있을 뿐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시험 감독 지침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는 달랐다
이는 매뉴얼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다른 학교들과 대비된다. 서강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신설해 구체적인 학습자 및 교강사 시험 매뉴얼을 만들었다. 서강대 원격교육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매뉴얼은 △교내 사례 △기업 입사시험 △해외 대학 등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테스트를 거쳐 제작됐으며, 감독당 24명 이내의 수강생 감독, 예비 감독 조교를 확보 등 자세한 감독 권고 사항이 명시돼 있다. 또, 자체적으로 시험 유형별 적절한 카메라 구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이러한 세부적인 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학생 A씨는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는데 40명 넘게 보는 시험에서 조교 한 분이 줌 강의실을 하나만 개설해 감독했다”며 “누구는 시험지가 보이고, 누구는 안 보였는데 별다른 언급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험 필수 조항에서도 부족함이 확연히 드러난다. 경희대의 경우 △신분증 확인 △실시간 시험 과정 녹화 △혼자 있는 장소에서 응시 등 필수적인 사항이 안내돼 있지만, 우리 학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응시자 신원 확인을 비롯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미흡한 매뉴얼로 인해 학생들은 시험 환경을 준비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여름 계절학기 당시 시험 직전에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됐지만 매뉴얼 부재로 학생들은 대책 없이 교수의 공지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진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로 대면 또는 비대면 시험 전환 여부만 정해졌을 뿐,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모두 교수와 학생들 몫이 돼버린 것이다. 학생 B씨는 “계절학기 시험 형태가 4단계로 인해 갑자기 바뀌었는데 급하게 올라온 공지여서 너무 미흡했다”며 “컴퓨터로 시험 보고 있는 상황을 카메라로 찍으라고만 해서 어떻게 찍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다”고 하소연했다.
 

▲왼쪽부터 △우리 학교 △서강대 △경희대 비대면 시험 매뉴얼을 캡처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LMS 서비스 업체 자이닉스 사에서 준 사진을 그대로 쓰고 있다.

‘공정성’ 잃어버린 채 시험 진행
가장 큰 문제는 시험 감독 매뉴얼 미흡으로 온라인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 및 계절학기 수업을 수강한 여러 학생은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공정’임에도 부정행위가 있을 법한 시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 C씨는 “시험 볼 때 얼굴만 나오게 캠을 켜면 된다고 해서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단어를 검색하거나 번역기를 돌려도 몰랐을 상황이었다”며 “이 같은 부정행위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미약하고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학생 D씨는 “교수님이 비대면 시험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몰라 중국인 학생들만 레포트로 기말을 대체하려 했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해 줌을 통한 비대면 시험 감독 방법을 일일이 알려드렸다”고 전했다.  매뉴얼 부재로 인해 교수들이 직접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시험을 학생들이 돕는 일까지 일어났던 것이다.

교수도 어려웠던 시험 감독
교수들도 비대면 시험 감독 매뉴얼이 없어 자체적으로 시험 감독 방법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반응이다. 교수 E씨는 “학교에서 시험 감독에 대한 지침을 거의 주지 않아 동료 교수님들께 어떻게 감독하시는 지 물어보고 방법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E씨는 “지난 학기 담당 수업에서 10여 명의 학생이 비대면 시험 때 컨닝을 하다 적발돼 F학점을 매기게 됐다”며 “부정행위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학교 차원의 명확하고 공식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교수를 도와 시험 감독 방법을 구상한 조교 F씨는 “학교로부터 개별적으로 받은 지침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비대면 시험 관련 규칙을 직접 만들어 공지했다”며 “학생들 모두의 사정을 반영해 매뉴얼을 만들긴 힘들겠지만, 강의 특성 별로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계획은
이에 대해 학교 측은 LMS 도입 초기 단계에서 부족했던 점을 인지해 매뉴얼을 보강할 계획이라 밝혔다. 양 캠퍼스 LMS 운영을 관리하는 박은광<교육혁신단 교육혁신팀> 직원은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는 올해 처음 LMS을 도입해 시험 감독에 있어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며 “추후 양캠 학사팀과 협력해 타 학교 및 교내 우수 사례를 참고해 명확한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수님께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강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자세한 시험 감독 안내가 필요하다. 비대면 시험이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 지금,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의 혼란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명확한 비대면 시험 감독 지침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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