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을 향한 정부 정책 … ‘역차별 논란’ 불거져
수도권 대학을 향한 정부 정책 … ‘역차별 논란’ 불거져
  • 김동현 기자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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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외치며 뿔난 학생들, 그러나 균형 발전 위해 필요하단 의견도 제기돼

과도한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 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요즘, 그 중심엔 대학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중엔 대학을 겨냥한 정책 또한 더러 존재하는데, 이 정책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지역인재, 최대 ‘50%’까지 확대
지방 육성이라는 정책적 과제 속에서 지역인재 채용 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인재 채용 제도란 지방에 위치한 공공기관이 해당 소재의 대학 졸업자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도입 이후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제도가 채용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고용 의무화 첫해인 지난 2018년엔 18%를 기록했으며 내년엔 30%에 이르게 된다. 즉 내년 지방 소재 153개 공공기관 채용 정원의 최대 30%는 지방 대학 졸업생들의 몫이 된 셈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국회에선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에 수도권 소재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져,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지훈<과기대 나노광전자학과 21> 씨는 “제도 자체의 취지엔 동의하지만 채용 비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오는 2027년에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50%가 된다면 졸업 이후 취업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 답했다.

현행 제도는 지역 균형 발전이란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맹점을 갖고 있다. 이 제도의 지역인재 구분 기준은 지원자가 졸업한 대학의 위치다. 따라서 현행 기준은 지금껏 지방에서 살다가 대학만 서울로 온 ‘진짜 지역민’을 제도의 수혜대상으로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에 살며 대학만 지방에서 졸업한 이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점에서 지역인재 채용 제도는 △국토의 균형 발전 △지방인재의 공직 진출로 지역 대표성 강화 △태어난 지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선순환 구조 형성이라는 제도 자체가 추구하는 단계적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오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고준영<서울시립대 수학과 18> 씨는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지역인재 선발 기준엔 모순이 있다”며 “현행 기준으로선 제도의 목적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제도는 정부가 공공부문 채용을 중심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블라인드 방식’과도 상충한다. 블라인드 방식은 채용 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가족관계 △나이 △성별 △학력 등의 항목을 제외하고 오로지 지원자의 직무 능력만을 평가하는 채용 방법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방식과 지역인재 전형을 함께 적용할 경우,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대학 소재지만 채용 영향을 미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이건<정책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 소재지만을 반영하게 될 경우 교묘히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이로 인해 역차별과 같은 불공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 교수는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은 우수한 지원자들의 임용을 막아 공무원 채용 제도 자체를 훼손할 수도 있다”며 “누구를 지역인재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을 향한 ‘정원 감축’
이 같은 정부의 역차별 기조는 교육부의 정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방 소재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문제를 수도권 대학에 전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 대학 입학정원보다 대입 가능 자원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을 맞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대학 입시 미충원 인원 4만여 명 중 75%가 비수도권 지방 대학에 몰려있었다. 교육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것이 되려 수도권 대학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교육부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이란 보도 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대학 구조조정에서 비켜서 있던 수도권 대학까지 정원감축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진행될 교육부의 3주기 대학 구조조정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의 최대 50%까지 정원 감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이 주로 지방소재 부실대학을 향했던 것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의 정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기관이 정책을 고안할 때 국토 균형 발전이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도권 대학 역시 현재의 위기에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양 캠퍼스 모두가 수도권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고심은 깊어졌다. 정원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상의 문제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의존 비율이 높은 사립대학에 있어 정원감축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은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발표한 사립대학 평균인 53.7%보다 약간 높은 59.3%로 드러났다. 정확한 등록금 수입이 3천 2백 75억 원인 것을 고려할 때 10%의 정원 감축을 추산해도 최소 3백억 원 이상의 손실 발생이 불가피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캠 기획처 예산팀 관계자는 “학교의 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원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학교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서울 소재 30개 대학의 총장과 부총장은 ‘2021 서울 총장 포럼’에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포럼에선 지방 대학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며, 정원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사립대학 대부분이 등록금 동결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 오갔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별도의 구제 정책을 신청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수도권 정원 감축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감소한 만큼 학생들이 지방대로 이동하면 상관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수년 전부터 정부가 추진한 지방거점대학 살리기 정책도 사실상 실패한 것이고, 변화된 인구 구조에 따라 부실대학을 먼저 줄여나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답했다.

규제 완화, 수도권은 “안 돼”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부의 기조는 교육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이하 특화지역)에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해당 지역이 특화지역으로 선정될 경우, 지역 내 대학이 산학협력을 하는 데 있어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특화지역 선정대상에서 수도권을 제외했다. 이에 경인 지역 소재 대학들은 ‘대학 정원 감축’에 대해선 지역 균형 발전을 운운하던 교육부가 ‘규제 완화’에선 예외를 뒀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서울을 제외한 경인 지역의 사정은 지방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대학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인 지역의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은 94.11%로 비수도권 전체 충원율인 94.06%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즉 규제 완화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는 것이 경인 지역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RICA캠 장기술<산학협력단 연구진흥팀> 부장은 “경인 지역 내 사정을 몇몇 지방 광역시도와 다르게 볼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경인 지역이 사업대상에 포함됐더라면 ERICA캠이 충분히 선정될 수 있었다”며 “학교 주변에 있는 대기업 협력업체와 산학협력이 이뤄졌다면 재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갔을 것”이라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인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 대학 육성방안’에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 짓는 중대한 사안”이며 “적극적인 지방 우대로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공정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우선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 답했다. 

이처럼 국토 불균형 해소 정책과 공정성을 둘러싸고 지금도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방 육성 정책이 중요한 만큼,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나가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인다.

도움: 임성호<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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