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기자에게 독자가
[독자위원회] 기자에게 독자가
  • 이예종<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7> 동문
  • 승인 2021.08.30
  • 호수 1533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면에서 대학들이 홍보 도구로 삼는 ‘취업률’을 주제로 작성한 기사임을 파악하고, 기대감을 가진 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기사가 길을 잃어간다고 느꼈다. 이는 갑작스레 언급된 ‘단과대별 취업률 차이’가 우선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산업 동향에 따라 수요가 높은 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가 나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언급하는 논리엔 분명 비약이 있다. 마찬가지로 ‘남학생과 여학생의 취업률 차이’ 또한 몇 문단으로 설명할 수 있는 논제가 아니다. 단순 의혹만 제기하고, 적절한 설명 없이 마무리 지어선 독자를 설득할 수 없다. 하지만 주제 선정부터 통계자료 활용, 풍부한 인터뷰까지 짜임새 있는 완성도 높은 기사임엔 분명하다. 아래 사진기사는 시의적절했고, 흐름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학생 인터뷰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터뷰를 차용해 시작한 3면의 탑 기사는 해당 도입 방식의 장점을 잘 살렸다. 생소할 수 있는 주제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의 문제점과 그 이유를 심도 있게 풀어내 언론의 의제 설정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대학과 사회의 중간 공론장 역할을 빈틈없이 해낸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구독료 관련 기사는 학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전달한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해결자로서 학교의 입장까지 대변한 완벽한 기사였다.

4면 탑 기사는 기자의 체험기를 바탕으로 가벼우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기사였다. 다만 언뜻 기사형 광고로 읽힐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고, 기사 내에서 지적한 애플리케이션의 단점을 소제목으로 명료하게 구분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래의 LP 관련 기사에선 제시한 통계 자료로 미루어볼 때 최신 문화 트렌드라고 보긴 늦은 감이 있으나, 후반부에서 리셀가를 자세히 언급해 LP 열풍을 드러낸 것은 좋았다.

5면에선 가정 폭력을 다뤘는데, 사뭇 무거운 주제라 독자 역시 진지하게 접근했다. 이로써 우리가 막연히 갖는 연민에 대해 자중할 수 있었다. 빈곤 포르노 같이 대중들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듯 바라보는 기괴한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 기사였다.

신문사의 기자는 취재를 제하고 일주일 중 최소 3일 이상을 쏟아가며 글자와 사투한다. 몇 퍼센트의 장학금과 몇 장 안되는 원고료로 보상받을 수 없는 힘든 일들을 왜인지, 어떻게든 해나간다. 그리하여 지독하리만큼 철저히 신문은 나온다. 기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사명감 때문인지 책임감 때문인지 누군가 창문닦이로 쓸 수 있는 종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이들을 위해 학교는 적어도 왜 ‘제목을 그런 식으로 뽑냐’는 핀잔을 기자에게 주거나, 학생 자치 언론사가 홍보 기관인 양 ‘어떻게 기사를 내 달라’며 흔들어선 안 된다. 그들에게 학생 자치 언론사는 내부 고발을 해대는 미운 손가락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지켜야 할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무너지길 바라는 것처럼 소극적으로 언론기관을 대하고 방치하는 학교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단 한 순간도 쉬운 적이 없을 신문사 생활을 저마다의 이유로 꾸역꾸역 이어나가는 기자들에게 한없는 존경과 격려를 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