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 과학
골렘 과학
  • 한대신문
  • 승인 2006.10.02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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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생활을 끝내고 마을에 정착한 인류는 가축과 곡식을 기르기 시작했고 불을 발명하고 도구를 만들었다. 이로써 생산성이 증대되고 물질적 부를 누리면서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도 또한 커져만 갔다. 하지만 물질적, 정신적 부가 불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사회에서 인간은 서로 싸우고 빼앗고 서로를 굴복시키는 전쟁을 시작했다.
이런 전쟁은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더욱 커지고 무서워졌다. 인간은 긴 역사를 통해 보다 강력한 무기를 가진 쪽이 승리를 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무기들의 추구는 더욱더 과학의 발전에 힘을 쏟는 계기가 된다.
과학은 원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엄격하게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탐구에만 헌신하는 학문이었다. 하나의 학문으로서의 순수과학은 본질적으로 자연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설명하는 합리적이고 이론적인 탐구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과학기술’이라 불리는 응용과학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쟁을 통해 과학을 죽음의 사업으로 탈바꿈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인류를 불행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하는 과학기술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과학은 국가, 가정, 여러 생산 활동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구조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하나의 사회적 제도이다. 과학이 다루는 문제와 과학적 결과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도 결국엔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다. 따라서 과학자 역시 그들의 사회적 경험에 의해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고하게 된다.
갈수록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은 산업화에 따른 환경의 위기에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힘이 강력해지고 그것의 위험성이 증대하면서 어디선가 인류의 안전을 위해 과학기술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과학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과학기술을 인간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초래했거나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한다. 다시 말해, 과학 기술의 부정적인 결과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간의 자유와 복지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대 민담에서 생명을 지닌 화상(畵像)으로 등장한 골렘은 대개 충직한 하인이었고, 주인의 명령을 융통성 없이 문자 그대로 기계적인 수행을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결점이었다. 16세기에 와서 골렘은 박해시대 유대인들의 보호자 성격을 갖게 되었으나, 때로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면도 지녔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과학이 골렘화(化)되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충직한 하인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김병희<법대·법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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