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지식은 없다
필요 없는 지식은 없다
  • 한대신문
  • 승인 2006.10.02
  • 호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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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생의 학력 저하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초등 수준의 간단한 분수식도 풀지 못하는 ‘공부 안 하는’ 대학생에 대한 사회의 우려는 현 교육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 나오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의 우려와는 다르게, 한국 대학생들의 기초학력은 저하되었다기보다는 잠재되어 있다고 하는 편이 옳다. 어떤 과는 대학에 와서 수학을 전혀 배우지 않는가 하면 어떤 과는 문학을 전혀 배우지 않는다. 알았던 것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 손에서 놓으면 잊혀지기 마련. 입시 위주로 전 과목을 공부하던 고등학생 시절과 비교해 고도로 전문화된 대학 강의에서 부분적인 기초 학력 저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그 신뢰성에 상당한 의심이 가는 검사의 결과와는 반대로 대학생들은 사회의 생각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 안 하는’ 대학생은 분명히 있을 테지만,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학 후의 취직도 확신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도서관에는 항상 일정수의 학생들이 않아 두꺼운 책을 보고 있고, 평소에도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공부하는’ 대학생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단지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요즘 대학생들의 공부는 지나치게 목적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 혹자에게 공부는 학점을 따기 위한 것일 뿐이며 혹자에게 공부는 고시에 합격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순수한 지적 탐구심에 책을 펴는 학우는 적다. 취직에 도움이 되는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강의는 신청자가 쇄도하며 수업 참가에 열의도 있지만, 각종 자격시험이나 취직과 상관이 없는 교양 과목의 경우 출석만을 한 후 빠져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쉬는 시간 후면 빈 자리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학점에 손해는 보고 싶지 않지만 들어도 ‘필요 없는’강의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전문화된 대학 수업에서 한 분야에 치우친 공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 이외의 지식을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스스로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필요 없는 지식은 없다. 오히려, 전공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는 전공 강의를 생각해 보면 다른 기초 지식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지식의 취득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 풀고 있는 문제집을 잠시만 놓고 언뜻 당장은 도움 되어 보이지 않는 교양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도, 학점이나 고시 결과와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는 좋은 책 한권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설사 시험에는 필요 없는 지식일지라도,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은 시험만이 아니기에.
최은영<사범대·응용미술교육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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