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우리의 목소리, 위기의 대학 언론
갈 곳 잃은 우리의 목소리, 위기의 대학 언론
  • 임윤지 기자, 이휘경 수습기자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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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 ‘인력난’, ‘무관심’, 삼중고에 시달리는 언론사

학내 자치 언론기구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 학교엔 공식 언론 기구로 △양캠 한대방송국 △한대신문 △한양저널이 있다. 대외협력처 산하에 속한 채널H나 뉴스H처럼 학교 본부 차원에서 직접 관리·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이들 언론기구는 우리 학교 학칙 제83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교내 부속기관으로서 자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학내 언론기구는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동아리와도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학교의 감시자, 대학 언론
대학 언론은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학내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앎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권을 지킬 수 있게 조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교내 정책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이 비대면 체제로 전환되고 학내 담론이 형성되는 공간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쏠림에 따라 대학 언론을 향한 학생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본교 동문이자 전 편집국장이었던 최영묵<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기에 오히려 대학 언론이 더 중요해졌다”며 “대면접촉이 줄어든 공백을 대학 언론이 적극적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대신문의 현주소
그러나 한대신문은 올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예산 문제에서 그것을 체감하고 있다. 현재 매년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편집국장에게 해당 회의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신문사 내 수시로 변동되는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 예산이 동결·삭감돼 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산이 10% 감축됨에 따라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다음 학기 정기자 이상 기자들의 원고료를 주기 위해선 전체 기자가 원고료 일부를 삭감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렇듯 한대신문은 예산난과 더불어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며 양질의 기사를 담아내기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매 학기 지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자 수를 늘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학교 측에선 예산 문제를 이유로 여러 차례 거절한 바 있다. 이에 본지의 경우 매 학기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와 학생 수 규모가 비슷한 서울대와 고려대 학보사의 경우 기자 수가 본사보다 두 배에 가까워 심층 취재 등 다양한 취재가 가능하나, 본지는 한 기자가 여러 기사를 담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다른 교내 언론기구도 마찬가지
다른 교내 언론기구 역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서울캠퍼스 한대방송국 최민아<HUBS> 실무국장은 “대면일 때보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보니 올해 신입 부원 지원자 수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면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진행하려 해도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시도하기 어려워져 활동에 제약을 느껴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어려움과 맞물려 학생들은 기본적인 인프라 부분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ERICA캠퍼스 한대방송국 나승주<VOH> 실무국장도 “타 대학 방송국보다도 전반적으로 시설이 많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현재 스튜디오 조명들도 대부분 고장 나 있고 방송 송출 컴퓨터도 오작동이 심해 방송 녹음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빈번하다”고 밝혔다. 윤희재<한양저널> 편집국장도 “사무실 내 컴퓨터 기기뿐만 아니라 가구도 오래됐다”며 “학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학교 측 입장은?
학교 측에선 예산을 다시 늘리기 어렵단 입장이다. 이상민<학생처> 처장은 “코로나19 상황과 더불어 학교의 재정적인 상황들을 고려해서 전체적인 예산안이 감축됐다”며 “게다가 언론의 영향력과 학생들의 관심도를 봤을 때, 현 상황 이후에도 예산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다만, 필요할 경우 학교 측과 협의해 추가적 지원을 하겠단 의견을 내비쳤다. 이근희<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은 “학생들에게 가치 있고 필요한 기사들을 위해 별도의 비용이 든다면 이에 대해 논의해볼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학교에선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교내 언론기구 사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교내 언론사들이 겪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 전혀 들은 적이 없다”며 “학생처 내부적으로 인사가 바뀌어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교에선 앞으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내 언론기구들을 모아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처장 역시 “이번 방학에 교내 언론사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련해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학교 발전을 위한 언론임에도
이런 학내 언론기구가 처한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재현<중대신문> 편집국장은 “교내에 있는 언론사들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존재”라며 “학내 구성원들은 이런 필요성을 인지하고 교내 언론기구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오수정<한대신문> 전 편집국장도 “학보사가 학교에 종속돼 있긴 하지만, 이것이 기자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침해하는 상황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며 “학교에서도 학생 기자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무엇보다 학교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도 “대학 언론은 대학 내외에 존재하는 여러 목소리를 살려내어 ‘공론의 공간’으로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서도 학내 언론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소통을 늘려야 한다”며 “필요하면 학교를 압박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전히, 학우들에게 언론은 필요하다
학내 언론기구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내 소식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서울캠 한대방송국은 지난해 합동취재팀을 꾸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학교 측의 불통 상황을 전했다. ERICA캠 한대방송국은 디자인대 교수 미투 사건 당시 상황을 알리고 피해 학생 목소리를 뉴스에 담았다. 한양저널 역시 교내 소식이나 아동학대 등 사회 전반의 사건을 전한다. 한대신문도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안부 발언 등 여러 교내 상황들을 지면에 담고 있다. 

대학 언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세찬<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18> 씨는 “지난번 학과 통폐합 사건 때 한대신문에서 공론화를 시켜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며 “아무리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있어도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점에서 학내 언론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수빈<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8> 씨는 “등록금 시위 관련 기사와 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학교가 이야기하는 학교 말고 다른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내 언론기구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 A씨 역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캠퍼스에 놓인 한양저널을 통해 대학 사회나 문화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은 학내 공론의 장을 형성해 대학 본부를 감시하고, 해결돼야 할 문제에 여론을 모으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한다. 이러한 공론의 장에 학내 구성원들이 발을 들이고 있어야, 중요한 순간 언론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다. 대학 언론이 학생들의 권리 성장을 위한 기구로써 제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 균열이 간 채 방치된 신문사 내부 벽이다.
▲ 균열이 간 채 방치된 신문사 내부 벽이다.
▲ 신문사 내부 모습이다.
▲ 신문사 내부 모습이다.
▲ 지난해 누수를 겪은 신문사 내부 공간이다.
▲ 지난해 누수를 겪은 신문사 내부 공간이다.
▲ 신문 배부를 위해 트럭 짐칸에 올라탄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다.
▲ 신문 배부를 위해 트럭 짐칸에 올라탄 기자가 촬영한 사진이다.

도움: 최영묵<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재현<중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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