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학점 인플레 사태에 대한 게임 이론적 고찰
[독자투고] 학점 인플레 사태에 대한 게임 이론적 고찰
  • 조성민<정책대 정책학과 19> 씨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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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1학년도의 학점 인플레 사태에서 우리 학교와 성균관대는 학점 인플레의 무풍지대였다. 타 대학에서 70%에 육박한 A학점을 부여할 때, 우리 학교와 성균관대는 이전과 큰 변동 없는 40% 남짓의 A학점을 부여했다. 문제는 취업 및 진학 전선에서, 경쟁선 상의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40%는 현저히 낮은 수치라는 점이다.

낮은 비율의 A학점 부여는 학생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취업 등 경쟁에의 도태로 이어진다. 이제 청년 실업률은 10%에 육박하였다. 취업준비생에 요구하는 소위 ‘스펙’ 또한 살인적으로 높아졌다. 학점 역시 고고익선(高高益善)이라는 말이 취업의 정석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다른 스펙의 요구치가 낮아진 것도 아니다. 전과 동일하거나 높아진 상황에서 학점 또한 더욱 잘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당국은 경쟁 대학에 비해 학점을 박하게 주도록 못박았다. 이에 대다수의 우리 학교와 성균관대의 학생은 다른 대학보다 낮은 학점을 받았고, 학점으로 인한 취업 및 진학의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잘 아는 이번 사태의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학점을 잘 받지 못했고, 취업과 진학 전선에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더욱 분노해야 할 점은 바로 학교의 결정이 매우 어리석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학점 인플레 상황을 게임 이론으로 구성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 모든 학교가 학점 인플레를 막는다면(협조) 대학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최선의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어느 학교와 학생도 피해 보지 않을 것이다. 혹은 모든 학교가 학점 인플레를 시행하였다면(배신) 대학교육이 붕괴한다는 치명적인 상황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어느 특정 학교가 손해 보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타 대학이 배신 전략을 채택(학점 인플레)하였는데 몇 개의 학교만 어리석게 협조 전략(학점 인플레 X)을 택한 경우다. 이 상황에선 협조전략을 택한 당사자는 상대방의 배신으로 손해를 입는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그렇다. 다른 학교들은 협의를 배신하였고, 우리만 어리석게 협조하여 손해를 입는 상황이다.

물론, 상대의 전략을 알지 못하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 불가피하게 협조전략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학교와 성균관대의 경우 타 대학의 전략을 이미 알고 있었다. 두 학교가 학점부여의 상한선을 결정할 시기에 타 대학은 이미 A학점 부여의 상한선을 높여둔 상태였다. 즉, 타 대학의 전략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대학 교육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두 학교는 부족한 정책을 내놓았다. 이 결정엔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거나 혹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누가 상대방이 배신할 것을 뻔히 알고도 협조 전략을 택하겠는가? 적어도 이번 정책이 두 학교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은 여기서 논증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양대와 성균관대는 다른 학교의 학점 인플레와 이에 따른 자교 학생들의 피해를 예상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극단적인 경우는 소급적인 성적 재평가까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에 파생되는 혼란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혹은 자주 회자되는 학생들의 말처럼 총장님 혹은 학교 관계자분들이 열심히 발로 뛰면서 두 학교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기업 등에 알리는 방법 또한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아마 여러 방법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안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일이다. 어쩌다 학교 당국이 선의에서 학생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는 있지만 이를 기다리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兔)일 뿐이다. 때문에 학생 스스로의 처지를 개선하는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시금 학생 스스로의 의식개선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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