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사랑에 빠지다
비대면 사랑에 빠지다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예의상 칭찬이 오가며 소개팅하는 남녀. 이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데이팅 앱’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 25개 중 데이팅 앱이 12개나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끄는 덴 코로나19의 영향도 분명하지만, 온라인 활동이 많은 젊은 층의 특성도 작용했다고 말한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그 이전부터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젊은 층 사이에선 데이팅 앱이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했다”며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며 이 잠재성이 실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호<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비대면 상황과 SNS 사용에 능숙한 세대이므로, 데이팅 앱을 편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데이팅 앱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었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젊은 층의 인식이 변화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서영<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0> 씨는 “과거엔 불특정 다수가 데이팅 앱 상대였다면, 현재엔 △개인의 성향 △관심사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소를 바탕으로 매칭이 이뤄진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정보관리 측면이 과거보다 발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체험해 본, 온라인 데이트
그렇다면 ‘데이팅 앱은 어떻게 상대를 소개 받을까?’, ‘정말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여러 데이팅 앱을 체험해봤다. 

첫 번째로 체험한 앱은 ‘심쿵’. 가입절차는 정면 사진 세 장을 등록하고,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혹시나 마주칠 낯익은 얼굴에 대비해 지인 차단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분증 인증까지 마치면 가입이 완료된다. 앱에선 매일 다른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고, 이들의 외관을 보고 찜하거나 다음 사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시간마다 다른 이성이 알고리즘처럼 추천되는데, 앱 이용자는 이들의 매력도를 매겨야 한다. 기자는 본인의 매력도를 확인하고 싶어 ‘나의 매력도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약 4만 원 정도의 패키지권을 결제하라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돈을 내야만 상대방이 평가하는 내 매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능력 있는 남녀의 진지한 연애를 맺어준다는 앱 ‘골드스푼’도 체험해보고 싶었으나, 소개는 고사하고, 가입조차 허가받지 못했다. 명문대와 연봉 정도, 집이 수도권인지까지 깐깐한 가입조건을 따진다. 결국,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기존 회원들에게 3점 이상의 외관점수를 받아야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남자는 재력, 여자는 외모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프레임을 씌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앱은 △건물주 △사법고시 출신 △의사 등 엄선된 엘리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한다. 앞서 소개한 앱들과는 다르게, ‘골드스푼’의 경우를 통해 소수의 고스펙 고객만 남기려는 모습이 지나치게 뚜렷한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데이팅 앱 속에 사회 계급의 양극화와 폐쇄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새롭게 등장, 폐쇄형 소개 서비스
일정 조건에 따라 회원제로 운영하는 데이팅 앱은 ‘골드스푼’ 뿐만이 아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폐쇄형 소개 서비스 어플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연고링’과 ‘결정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서비스, ‘결정샤’는 서울대 이메일 주소를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며 직업, 집안의 경제사정을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한다.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취지로 만들어진 ‘연고링’의 경우, 앱이 인기를 얻자 서울권 주요 대학생들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했다. 이 앱의 관계자들은 앱 이용 시, 이용자의 신원을 보장해주고, 같은 환경을 경험한 상대를 추천해 주기 때문에 쉽게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는 조건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단 점에서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고려대 재학생 김 씨는 “이 앱들이 다른 데이팅 앱과 차별성이 있다면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과 인적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허물 수 있다는 데서 데이팅 앱이 가지는 한계를 일부 해소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명문대’라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시민단체에선 ‘폐쇄형 데이팅 앱을 통해 이뤄지는 계급 만남이 특정 대학 및 특정 직업군의 집단의식을 강화시킨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엔 결혼정보회사, 지금은 데이팅 앱인 것처럼 앞으로도 온라인 소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생길 것으로 보아 이런 이슈가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교수는 “배려나 양보, 희생 등 다양한 감정을 수반하며 성장해야 할 사랑에 지나치게 조건을 따지며 임의적 계층화를 형성하는 건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의 사랑 방법은 온라인 환경 속에서 더욱 발전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랑에 붙는 너무 많은 조건과 요구는 되려 사랑이 가지는 순수함을 잃게 만들 수 있다. 간편한 사랑이 주는 매력에 빠져 당장 눈앞에 놓인 운명의 상대도 가볍게 치부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도움: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임명호<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