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마지막, 진짜 마지막이다
[장산곶매] 마지막, 진짜 마지막이다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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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편집국장>

‘마지막 장산곶매를 쓰는 순간이 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이런 기분이었다. 누구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텅 빈 것 같기도, 가득 찬 것 같기도 하다. 여행 후 여행지에 대한 기억으로 먹먹함을 느끼고 일상에 적응하기 힘든 ‘여행 후유증’처럼 당분간 지독한 ‘한대신문 후유증’을 겪을 것 같다.
 
2년, 한대신문에 몸담았던 시간이다.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기사를 쓰고, 읽었지만, 여전히 신문은 참 어렵다. 기사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어느새 만성(慢性)이 돼 버렸다. 이번 학기는 특히 머릿속의 반이 늘 한대신문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매 호 거듭할수록 신문사에 대한 애정이 짙어져서 그런 것일까. 편집국장으로서 책임감도 커졌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갈 잘해야겠다, 해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니 누가 뒤에서 쫓아 오는 것처럼 앞만 보고 냅다 달린 것 같다. ‘그렇게까지 기자들을 닦달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때 그 기사 조금 다른 방향으로 썼으면’, ‘그 아이템 결국 못 쓰고 신문사를 떠나는구나…’ 뿌듯하고 속 시원했던 기억보단 아쉬웠던 순간들이 조금 더, 아니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학보사는 위기였고, 그 위기 속에서 ‘기사’로 우리와 우리가 만든 신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악착같이 버텨왔다. 벅찰 때도 있었지만 기성 언론과 다른, 에타에선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내야 하는 게 숙명처럼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분명 학보는 중요하고, 미약하지만 아직 세상을 움직일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학내 언론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학보사의 부활을 꿈꾸는 이유다. 

따분한 얘기일 수 있지만, 앞으로 한대신문을 이끌어갈 기자들은 꼭 한번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어떤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지, 한대신문은 대학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 학보에 대한 조금 더 본질적인 고민 말이다. 문화부 정기자 때부터 필자가 만들고 싶었던 신문은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신문이었다. 물론 주제나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가벼워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무겁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쉽게 읽히는 글은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무수히 많은 글자 한복판에서 길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신문이 어떤 것인지 고민한다면 적어도 지면 채우기식 기사, 기사를 위한 기사는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까지 기자들에게 잔소리만 전하게 됐다. ‘어떻게든 신문은 나온다’ 신문사 귀퉁이에 적혀있는 문구다. 선배 기자 중 한 명이 썼으리라. 이 글을 남겨준 선배 기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금요일 마감이 한창일 때, 물에 젖은 휴지처럼 축축 늘어질 때 이 글을 보면 꽤 희망적이었다. 그리고 곧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됐다.

한 학기 동안 필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 부국장과 부장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준 정기자들, 그리고 힘찬 붓줄기를 이어나갈 수습기자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이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그래도 나다움을 지키며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따뜻함 때문에 신문 넘기는 소리와 한대신문사 특유의 포근한 냄새가 더욱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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