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아고라]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 임윤지 기자
  • 승인 2021.06.06
  • 호수 1532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윤지<대학보도부> 정기자

인간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으면서 가까워진다지만 필자는 다른 사람보다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편이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되는 순간에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괜한 후회가 덜 남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속에만 쌓아두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습관은 그리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진 못했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아쉬움으로 가득 찬 날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필자의 소중한 친구가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늘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갑자기 중환자실에서 위독한 상태로 언제 일어날지 모른 채 기약 없이 누워만 있던 상황이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무엇보다도 필자를 가장 괴롭게 했던 건 그동안 친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자책감, 매번 차갑고 투박하게 대해도 항상 살갑게 받아주던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었다. 평소에 스스로 마음을 챙기자고 다짐하며 큰 감정 기복 없이 지내오던 필자는 이 시기에 정말 많이 무너지곤 했다.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표현 한번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예고 없이 필자의 곁을 떠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알아주겠지’, ‘나중에 만나서 말하면 되지’라고 불확실한 미래만을 기약하며 흘려보낸 시간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 한켠 내어주지 못하고 무심하게 대한 건 아닌지 되돌아봤다. 친구가 하루라도 빨리 일어나길 기도하며 앞으로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더 표현하고, 관계에 있어 일말의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 친구가 다행히 의식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힘들뿐더러,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뜻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많이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필자가 곁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속상할 따름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조르바가 되고 싶다던 친구가 자칫 자신의 병력을 이유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있어 스스로 한계를 긋진 않을까 걱정이다. 나중에 만나게 된다면 친구에게 여전히 자유롭게 꿈꿀 수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아직 조금 서툴긴 해도 필자의 진심을 담은 말로 말이다. 

어느덧 봄을 지나 여름이 오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필자 역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오늘도 친구는 병실에서 홀로 병마와 다투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친구에게 지면을 빌려 언제나 필자가 묵묵히 응원한다는 말을 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