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는 비껴간 코로나19 학점 인플레이션,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한양대는 비껴간 코로나19 학점 인플레이션,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 조은비 기자, 김동현 수습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1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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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시끌시끌했던 지난해,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대학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적 평가 기준을 완화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 와중, 우리 학교만큼은 학점 상승 폭이 타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선 다른 학교와 벌어진 성적 격차가 졸업 후 사회 진출 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학교는 스태그네이션
지난해 대학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성적이 급상승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우리 학교만큼은 관련 없는 이야기가 됐다. 본지에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통계 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서울 소재 12개 대학의 ‘전공과목별 A학점 취득 학생 비율’은 전년도보다 평균 14.61%p 증가한 가운데, 우리 학교는 서울캠퍼스가 4.1%p, ERICA캠퍼스에선 2.8%p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100명의 학생이 같은 수업을 듣는 경우, 다른 학교는 A학점을 받는 학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14~15명 정도 증가한 동안 우리 학교는 3~4명 늘어났다는 의미다. 12개 대학 중에서 한국외대와 중앙대는 A학점 비율이 각각 30.05%p, 30%p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성적이 대학별로 이토록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은 평가 기준을 완화한 방식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은 각자 △상대평가 비율 조정 △선택적 P/F 제도 △절대평가 등 여러 평가 방식을 도입해 자율적으로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박탈감 느껴” vs “휘둘려선 안돼”
결과적으로 우리 학교 밖에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이 상황을 두고 상당수 학생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며 “취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점에서 다른 학교와 이 정도 차이가 나도록 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학교를 비판했다. 최성원<경영대 경영학부 17> 씨도 “무척 억울하다”라고 말하며 A씨와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로스쿨 준비 스터디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이 지난해 동안 성적을 크게 올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학교에서 나타난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 B씨는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닌 공부를 위한 곳”이라 말하며 “다른 학교에서 성적을 후하게 줬다고 해서 우리 학교도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취업 불이익 없을까? 직접 물어봤다
삼성그룹사 관계자 두 명은 “대학에서 학점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는지 모르고 있었다”며 이것이 “한양대 학생들에게 서류 절차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출신 학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류 심사를 하는 현직자들이 지원자들을 판단할 변별력 있는 정량적 지표가 얼마 없어 학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현대그룹사 채용 담당자는 “현상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한양대생들의 유‧불리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며 “학점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되고, 그보단 △동아리 및 대외활동 △자격증 △어학 △인턴 유무와 같이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SK그룹사 인사 담당자는 “학점은 서류 전형에서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므로 근소한 차이라면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정 수준 이하의 학점일 경우엔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모두 불리하게 작용해 지난해 한양대생들의 학점이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그는 “학점을 보는 정량적 평가 기준이 따로 있진 않지만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면접관들이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져 면접에서의 학부 성적 영향력은 80% 이상”이라며 “대학원 성적보다 학부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 “엄정한 성적 평가방식 유지할 것”
한편, 이승협<교무처 학사팀> 차장은 학생들이 보인 우려에 대해 “학점 인플레이션은 매년 일부 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라며 “우리 대학은 성적 분포의 대외 공신도 하락과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엄정한 성적 평가를 유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로스쿨에선 현 상황을 파악 및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에 불리해졌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전해 들은 강성태<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로스쿨 지원 학생들의 학점이 그 전보다 전반적으로 상승했을 것이라는 점과 상승의 정도가 학교나 전공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한 우리 학교 학부생들의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계속 자료를 수집하고 대책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말했다.
 

향후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그 우려가 실제 피해로 이어져 현실화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의 특수한 상황으로 타대학과의 성적 격차가 눈에 띄게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의 우려대로 만일 실제로 불공정한 출발선에 서게 될 일은 정말 없는 것인지 학교가 대외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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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2021-05-26 12:35:08
화나네요 성균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