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건 이상의 교내 중고 거래 사기, 한 학생이 벌였다
20건 이상의 교내 중고 거래 사기, 한 학생이 벌였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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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해도 답장이 없는데…사기당한 것 같아요…’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에 들어오며 한 말이다. 서울캠퍼스 커뮤니티에선 최근까지 중고 거래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모든 사기 사건을 ‘한 사람’, 그것도 우리 학교 재학생이 벌였다는 것이다. 드디어 덜미가 잡힌 이 학생은 *구공판 처분을 받은 상태다. 피해자가 성동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건이 접수됐고 해당 사건은 부산남부경찰서로 *이첩됐다. 이에 따라 부산동부지청으로 *송치돼 현재 기소까지 이뤄진 상황이다. 피고인은 우리 학교 재학생으로, 성동구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부터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수년간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A씨가 지난 2월 9일에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거쳐 간 사람들만 현재까지 30명은 족히 넘는다. 피해액은 적게는 2만 원부터 많게는 90만 원까지 있었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수법은 이러했다. 먼저, 중고 거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이 우리 학교 재학생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본인의 계정으로 로그인된 수강 신청 사이트 △운전 면허증 △학생증 등을 보여주며 신뢰감을 형성한 것이다. 인증을 통해 본인의 신분을 당당히 밝힌 피고인에게 신뢰가 쌓인 피해자들은 물건을 받기 전에 피고인의 계좌로 송금했다. 그 후, 피고인은 거래 물품 배송을 지연하며 결국 피해자들이 환불 받기를 포기하도록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이때, 피해자 중 ‘더 치트’라는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 신고하며 필사적으로 대응한 때에만 다른 곳에서 또다시 같은 수법을 통해 얻은 돈으로 환불을 해주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더 치트’에 접수된 신고 글은 변제를 하는 즉시 피고인이 이의제기 해 해당 글이 삭제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 개설자인 A씨는 “추가적인 사기 행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피고인은 ‘더 치트’에 신고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른 대학 학생 B씨까지 피고인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증언을 했다. “학내 커뮤니티에 물건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에 연락해온 피고인도 당연히 같은 학교 학생이라 생각해 의심 없이 거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B씨는 하마터면 약 55만 원의 피해를 볼 뻔했지만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겨우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B씨는 “가해자에게 사기 행적에 관해 물어보니 돈을 돌려줬는데도 피해 사례가 담긴 글이 삭제되지 않아, 그걸 본 거래 중인 사람들이 환불을 요구해 힘들다고 했다”면서 피고인이 되레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년 간 피고인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생겨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장윤미<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비교적 소액이며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서 즉각적인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상습적인 사기 행위로 죄질은 나쁘지만,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란 신분과 초범이라는 사실은 양형의 참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는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와 수험 생활 중 낭비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고 심정을 전했다. 당시 피해를 봤던 고등학생 C씨는 “힘들게 알바를 해서 모은 돈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억울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D씨는 “이런 일이 교내 재학생들 간에 신뢰를 저하하는 요인이 될까 우려스럽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피해자 A씨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중고 거래 사기를 당했을 경우 바로 ‘더 치트’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해 금액이 소액인 경우에 번거롭다는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는데,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선 신고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내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한 중고 거래 시 신중한 태도를 갖고 이러한 사기 수법을 인지하여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구공판 처분: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처분이다.
*이첩: 받은 공문이나 통첩을 다른 부서로 다시 보내 알리는 것이다.
*송치: 수사 기관에서 검찰청으로, 또는 한 검찰청에서 다른 검찰청으로 피의자와 서류를 넘겨 보내는 일이다.

도움: 장윤미<한국여성변호사회 > 공보이사
조은비 기자 merongjuic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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